[이웃사랑] 2.3kg 미숙아 낳은 김지민 씨

입력 2016-08-03 05:00:11

"한 번도 못 안아본 아이 위해 매일 '천배'"

미혼모 김지민(가명) 씨와 임신 32주 만에 미숙아로 태변복막염을 갖고 태어난 김민재(가명) 군.
미혼모 김지민(가명) 씨와 임신 32주 만에 미숙아로 태변복막염을 갖고 태어난 김민재(가명) 군.

"난 우리 민재에게 아빠도, 건강도 주지 못했어요."

'민재 엄마' 김지민(가명'35'베트남 출신) 씨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퉁퉁 부은 몸을 이끌고 매일 낮 12시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찾는다.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생후 2개월의 아들(김민재'가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30분. 아이는 힘없이 지쳐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을 때가 많아 가끔 김 씨는 그런 아들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김 씨는 숨을 쉴 때 오르락내리락하는 아들의 배를 바라보며 겨우 안도하곤 한다. 김 씨는 짧은 면회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병원을 떠나지 못할 때가 많다. 아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어 중환자실 앞 복도에 앉아 점심, 저녁을 거른 채 하루를 꼬박 보낸다. 해가 질 때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김 씨의 발걸음이 무겁다. "민재가 배 속에 있을 때 민재 젖병이랑 배냇저고리를 다 사놨는데, 민재가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 아들 '민재'

"아직 한 번도 민재를 안아보지 못했어요." 임신 32주 만에 2.3㎏ 미숙아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아들 민재는 장 파열로 인한 태변복막염을 갖고 지난 6월 16일 태어났다.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태어나자마자 인공 항문을 만드는 장루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이는 엄마에게 한 번 안기지도 못한 채 수술실로 들어가야 했다.

김 씨와 의료진은 민재가 속히 회복되길 기다렸지만 최근 장에 유착이 발생하면서 민재의 배가 부종으로 부풀어올랐고 다시 한 번 배를 열어야 했다.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민재는 아직도 장이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아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먹기만 하면 토해 수액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제 김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재의 회복을 바라는 기도뿐이다. 수술은 잘됐다고 하지만 김 씨는 민재가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 씨는 최근 들어 절을 찾고 있다. 민재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스님을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고, 부처님께 오로지 민재의 건강만을 기원하며 삼천 배를 했다. "그 후로도 매일 천 번씩 절을 해요. 그것 말고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 번의 실패

2006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온 김 씨는 10년 새 두 번의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18살 차이가 나는 남편은 거친 성격으로 욕설을 하거나 화를 내기 일쑤였다, 첫째를 임신하면서 남편의 폭력성은 극에 달해 심한 입덧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김 씨에게 손찌검을 했다. 둘째까지 낳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 씨는 어떻게든 견뎌보려 했지만 결국 3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들을 뺏겼다.

남편과 이혼한 후 2014년쯤 서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베트남인 A씨는 남편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람이었다. A씨는 동향 사람인 데다 친절하고 자상했기에 서울-대구라는 먼 거리를 극복하고 6개월 정도 만남을 이어왔고 결혼까지 약속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A씨의 아이를 가지게 됐고, 임신 6주 차쯤 임신 사실을 알리자마자 A씨는 연락을 끊었다.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던 A씨는 그렇게 김 씨를 떠났고 아들 민재만이 김 씨의 곁에 남았다.

김 씨는 베트남의 고향 부모님께 좀처럼 전화를 하지 못한다. 부모님께 남편과의 이혼 사실도, 민재 임신 사실도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제가 한국에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부모님 목소리를 들으면 모든 걸 다 얘기하고 싶어지니까 전화를 할 수 없어요." 한국에서 살면서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딱 두 차례뿐이다. 부모님이 그리울 때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로지 아들 생각뿐이다. "아빠 없이도 잘 키우고 싶어서 낳았는데, 내가 민재를 아프게 만든 것 같아 죄스러워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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