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못 안아본 아이 위해 매일 '천배'"
"난 우리 민재에게 아빠도, 건강도 주지 못했어요."
'민재 엄마' 김지민(가명'35'베트남 출신) 씨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퉁퉁 부은 몸을 이끌고 매일 낮 12시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찾는다.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생후 2개월의 아들(김민재'가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30분. 아이는 힘없이 지쳐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을 때가 많아 가끔 김 씨는 그런 아들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김 씨는 숨을 쉴 때 오르락내리락하는 아들의 배를 바라보며 겨우 안도하곤 한다. 김 씨는 짧은 면회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병원을 떠나지 못할 때가 많다. 아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어 중환자실 앞 복도에 앉아 점심, 저녁을 거른 채 하루를 꼬박 보낸다. 해가 질 때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김 씨의 발걸음이 무겁다. "민재가 배 속에 있을 때 민재 젖병이랑 배냇저고리를 다 사놨는데, 민재가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 아들 '민재'
"아직 한 번도 민재를 안아보지 못했어요." 임신 32주 만에 2.3㎏ 미숙아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아들 민재는 장 파열로 인한 태변복막염을 갖고 지난 6월 16일 태어났다.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태어나자마자 인공 항문을 만드는 장루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이는 엄마에게 한 번 안기지도 못한 채 수술실로 들어가야 했다.
김 씨와 의료진은 민재가 속히 회복되길 기다렸지만 최근 장에 유착이 발생하면서 민재의 배가 부종으로 부풀어올랐고 다시 한 번 배를 열어야 했다.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민재는 아직도 장이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아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먹기만 하면 토해 수액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제 김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재의 회복을 바라는 기도뿐이다. 수술은 잘됐다고 하지만 김 씨는 민재가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 씨는 최근 들어 절을 찾고 있다. 민재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스님을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고, 부처님께 오로지 민재의 건강만을 기원하며 삼천 배를 했다. "그 후로도 매일 천 번씩 절을 해요. 그것 말고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 번의 실패
2006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온 김 씨는 10년 새 두 번의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18살 차이가 나는 남편은 거친 성격으로 욕설을 하거나 화를 내기 일쑤였다, 첫째를 임신하면서 남편의 폭력성은 극에 달해 심한 입덧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김 씨에게 손찌검을 했다. 둘째까지 낳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 씨는 어떻게든 견뎌보려 했지만 결국 3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들을 뺏겼다.
남편과 이혼한 후 2014년쯤 서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베트남인 A씨는 남편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람이었다. A씨는 동향 사람인 데다 친절하고 자상했기에 서울-대구라는 먼 거리를 극복하고 6개월 정도 만남을 이어왔고 결혼까지 약속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A씨의 아이를 가지게 됐고, 임신 6주 차쯤 임신 사실을 알리자마자 A씨는 연락을 끊었다.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던 A씨는 그렇게 김 씨를 떠났고 아들 민재만이 김 씨의 곁에 남았다.
김 씨는 베트남의 고향 부모님께 좀처럼 전화를 하지 못한다. 부모님께 남편과의 이혼 사실도, 민재 임신 사실도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제가 한국에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부모님 목소리를 들으면 모든 걸 다 얘기하고 싶어지니까 전화를 할 수 없어요." 한국에서 살면서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딱 두 차례뿐이다. 부모님이 그리울 때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로지 아들 생각뿐이다. "아빠 없이도 잘 키우고 싶어서 낳았는데, 내가 민재를 아프게 만든 것 같아 죄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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