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일주일 휴대폰 없이 살아보기

입력 2016-08-02 05:20:01

"전화 안 받으셔서 완전 잠수 타신 줄 알았어요." "감옥가신 줄 알았어요. 해외도피 하실 분은 아니고, 하하." "왜 문자를 씹지, 나한테 화났나 생각하다 휴대폰을 분실했을 것 같아서 통쾌했어요. 맨날 나보고 덜렁거린다고 핀잔줬잖아요." "세상하고 담쌓고 살 것 아니면 휴대폰은 켜 놓고 다니셔야죠."

겨우 일주일 휴대폰을 꺼 놓았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온갖 추측으로 나는 사람이 아닌 무엇이 되어 있었다. 네트워크 체제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이 세상에 살지만 완전히 단절된 존재, 서서히 멀어져가는 존재가 된 것이다. 겨우 일주일만 어떤 정보도 보지 않고 어떤 문자나 메시지도 받지 않고 생활해 본 것뿐인데.

첫날은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고 책도 읽고 해방된 느낌이었다. 둘째 날이 되니 '혹시 중요한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친구 어머님이 위독하다고 하셨는데 염려되기도 하고, 다음 주 강의 때문에 원고 달라고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약간 불안해지기도 하였다.

셋째 날은 한 번만 문자를 보고 다시 꺼야 할지 망설여졌다. 청년학교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혹시 사고라도 치지는 않았는지 온갖 상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성주 사는 후배는 사드 반대 데모에 가서 다치지는 않았는지, 북에서 엄포 아닌 실제 국지전을 감행하는 건 아닌지, 평소에는 전혀 없던 애국심마저 생기는 거였다.

넷째 날이 되니 아, 내가 사이보그였구나, 기계와 유기체의 통합으로 살아왔구나 하는 자각이 든다. 기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안경 빼면 뵈는 게 없고 핸드폰 없이는 소통도 못하고 길도 못 찾는 무능한 존재,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에 의해서 내 삶이 길들여지고 좌우되는, 오히려 인간이 기계의 부분 같은 오싹함이 드는 거였다.

인류의 조상이신 '오선생님'(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래 꾸준히 인간은 진화를 거듭해 왔는데 알고 보니 인간이 기계를 만들었지만 기계가 다시 인간을 진화시키고, 조금 진화된 인간이 발전된 기계를 만들어 그 발전된 기계에 의해 또다시 인간은 진화되고 결국 기계와 인간은 같이 '공진화'한 거라는 학자의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셨군요. 일하셔야죠." 그래, 스마트폰이 있어야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남길 수 있구나.

하지만 일주일 동안 별일 없었고 가끔은 영혼의 접속을 어디에 해야 할지 깨닫기 위해 휴대폰과 이별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깊게 한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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