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의 선정에는 덕망과 관리 능력이 기준이 안 될 수 없다."
30년 전인 1986년 삼성 창업자 호암 이병철은 '호암자전'을 삼성 본관 집무실에서 끝맺었다. 사망(1987년) 1년 전이다. 그는 "이제 인생의 만기에 들어서고 있다. 자식, 손자 그리고 후배들에게, 사업에 전 생애를 바쳐 그 때문에 고민하고 때로는 남모르게 성취의 기쁨을 느끼기도 했던 한 인간의 삶을, 겸허하게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관용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글 쓴 이유를 밝혔다. 또 "나의 발자취를 명암을 가리지 않고 기록하려고 결심하였다"며 자식과 뒷사람에 '거울'이 되길 바라는 심정도 내비쳤다.
그는 특히 '논어'를 강조했다. "가장 감명을 받은 책 혹은 좌우에 두는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논어다." 논어는 인간이 지킬 윤리, 도덕 이야기다. 그가 삼성문화재단의 지향점을 '도의(道義)문화의 앙양'으로 삼고 '도의문화상'과 '효행상'을 준 까닭을 짐작게 한다.
그는 삼성을 이끌 후계자와 최고경영자의 첫째 자질로 '덕망'(德望)을 꼽았다. 3남 이건희를 후계자로 할 때도 덕망을 꺼냈다. 그는 "고생스러운 기업 경영의 일을 자손들한테까지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장남 맹희와 2남 창희를 제치고 3남을 택한 속내도 적었다. 책에 3남과의 사진이 유독 많은 것도 3남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이리라.
아버지 영향일까? 이건희 회장도 '도덕'을 외쳤다. 특히 1993년 소위 프랑크푸르트선언 이후 나온 신경영 체제부터다. 그는 '나부터 변화'를 바탕으로 '인간미, 도덕성 회복, 예의범절, 에티켓'의 삼성헌법의 기초에 경쟁력을 보태 '21세기 초일류 기업'의 목표를 제시해 다그쳤다. 그러나 아버지의 덕목인 '덕망'과 아들이 만든 '도덕'의 삼성헌법이 아들의 성매매 의혹 스캔들로 빛을 잃고 있다.
아들이 여자를 경계한 논어의 글귀, 아니 호암자전만이라도 곁에 두고 거울삼아 마음을 다잡았다면 어땠을까. "기업은 영원한가. 이에 대한 답은 물론 '노'이다. '창업'보다 '수성'이라고 한다"는 자전 속 창업자 호암의 경구(警句)가 더욱 와 닿는다. 어찌 기업만 그럴까? 사람도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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