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수은주, 뛰는 판매량
'이어지는 첫 한 모금은 기쁨 그 자체/ 진지한 삶처럼 처음은 달고 나중은 써요/ 느낄 만큼만 달다가 아쉽지 않을 만큼만 써요.'
윤병무 시인의 시, '맥주'의 일부분이다. 인생과 맥주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무릎을 탁 내려칠 만큼 공감 가는 구절이다. 어차피 모든 술은 '19금(禁)'이지만, 권주가(勸酒歌)로 제법 어울린다.
낮 기온이 30℃를 훌쩍 뛰어넘는 불볕더위가 연일 이어진다. 술꾼이 아니더라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저절로 생각나는 시절이다. 이번 주 '즐거운 주말'에서는 절정으로 치닫는 한여름밤의 열기를 식혀줄 맥주의 세계를 탐험했다.
물 좋은 계곡, 인파 북적이는 해변이 아니면 어떠랴. 퇴근길 편의점 앞 노상 테이블이라도 좋다. 맛있는 맥주 한 '꼬푸'는 휴식이자 행복이다. 치이~익!
◆치솟는 수은주, 뛰는 판매량
여름은 맥주업계의 연중 최대 성수기이다. 연간 매출의 30% 이상이 7, 8월에 발생한다. 특히 올해는 연일 폭염주의보'열대야가 이어지면서 판매량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0% 이상 늘었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잇따라 맥주 축제를 마련, 주당들을 유혹한다. 31일까지 이어지는 '2016 대구 치맥페스티벌'을 위시해 8월 4~6일에는 전주에서 '2016 가맥축제'가 열린다. '가맥'은 가게 맥주의 준말로, 옛 도심 내 좁은 골목에서 탁자와 의자를 놓고 술잔을 기울인 데서 비롯됐다. 또 8월 26일~9월 3일 인천 송도에서 진행되는 '2016 송도세계문화축제'는 올해 축제 주제를 '맥주, 날다'로 정했다. 드론 개발업체들이 몰려 있는 지역 특성을 살려 드론이 맥주를 나르는 진풍경을 연출할 예정이다.
기업들도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맥주 파티를 열고는 한다. 농협중앙회 경북본부는 지난 28일 회사 주차장에서 치킨과 맥주를 150인분씩 준비, 치맥 축제를 열었다. 농협 관계자는 "딱딱한 회의장이 아닌 탁 트인 공간에서 동료끼리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며 "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 해마다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맥주 열기'는 입추를 지나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8월 23일)까지도 쭉 이어질 전망이다. 8월 22일 오전 막을 내리는 리우 올림픽 덕분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 기간 중 제품 구매의향 조사에 따르면 맥주는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61.5%로 치킨(67.5%)에 이어 전체 2위였다.
◆맥주 한잔으로 세계 여행
맥주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제품보다 수입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기호가 다양해지고, 여행 등으로 해외 문화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맥주 수입량은 17만919t, 수입액은 1억4천186만달러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2014년 11만9천500t, 1억1천168만6천달러에 비해 수입량과 수입액이 각각 43%, 27% 증가했다. 2014년 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한 맥주 수입액은 최근 5년간 매년 2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시중에는 50여 개국 460종 이상의 수입 맥주가 판매 중이다. 작년 수입량 기준으로 원산지를 보면 일본산이 4만6천244t으로 전체의 2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독일(2만4천847t'14.6%), 중국(1만9천605t'11.5%), 네덜란드(1만9천452t'11.4%), 벨기에(1만3천529t'7.9%) 순이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를 주로 사는 대형마트에서는 수입 맥주 점유율이 40% 안팎에 이른다. 2009년만 해도 수입 맥주의 판매 비중이 10% 남짓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aT는 이와 관련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율이 내려 맥주 수입이 쉬워졌고, 탄산감이 강한 라거 맥주에서 향과 맛이 풍부한 에일 맥주로 소비자 선호가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맥주는 라거 맥주 위주인데 수입 맥주는 라거, 에일, 포터 등 종류가 다양해 점차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맥주를 즐겨 마신다는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대학생 안민영(21'구미 송정동) 씨는 "어차피 맥주는 분위기 때문에 마시는 기호품이라 맛있는 걸 더 좋아하기 마련"이라며 "수입 맥주는 다양성에서 뛰어나다는 게 최고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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