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헌책방이 성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반 서점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 때문에 일종의 순례지처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추억의 헌책방이 많이 사라졌지만 새로운 형태의 헌책방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문화를 주도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수성경찰서 옆 골목으로 100m 남짓한 건물 지하에 둥지를 튼 '물레책방'이 바로 그런 곳이다.
물레책방이 현재 위치에 자리잡은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 재건에 이바지하려는 의도로 발간되는 잡지 '녹색평론'과의 인연 때문이다. 대구에서 창간된 녹색평론이 서울로 자리를 옮기면서 녹색평론 편집실이 있던 건물 지하에서 그 정신을 조금이라도 이어가려는 의도가 있었고, 작지만 알찬 문화 실험들을 주도하려는 의지의 산물이 바로 물레책방의 존재 이유다.
그래서 물레책방은 여느 헌책방과는 달리 문사철(文史哲) 중심의 책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어 정기적으로 찾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소장하고 있는 책이 대략 3만 권에 이른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책들도 웬만하면 이곳에서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헌책방 본연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2010년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문을 연 물레책방은 사방 벽면으로 둘러싸인 책장과 소파와 테이블,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작은 무대와 스크린, 빔 프로젝트, 음향 시설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다양한 복합문화 행사들도 활발하게 열린다. 매달 책방 내에서 정기적으로 단편영화'다큐멘터리 상영회를 비롯해 토크 콘서트, 인디밴드 공연, 독서모임, 음악감상회 등이 열리고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인문학 강좌들을 마련한다. 대부분의 행사는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되는데 행사입장료는 집에 있는 헌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모아진 책들은 마을도서관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책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곳으로 기증되는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독립영화 감독, 대구평화영화제 프로그래머, 미디어공작소 노림 공작원, 영화 칼럼니스트 등 문화기획 전문가로 맹활약하는 물레책방 장우석 대표는 "일종의 독립 책방으로 넓게는 계층과 불평등을 넘어 책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열린 공동체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를 펼쳐나가는 헌책방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이 딱딱하고 경직된 문화에 활력을 불어 넣는 모델이 되고 꿈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에게도 하나의 대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물레책방은 헌책과 새책을 함께 파는데, 헌책은 정가의 40~60%까지 할인해 주고 새책은 선주문 시 10% 할인해준다. 더치커피, 허브차, 캐모마일, 페퍼민트, 쟈스민 등 차도 준비되어 있다. 찻값은 1인 2천500원이며 책을 보는 것은 무료다.
작은 행사나 모임의 대관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별도 주차장이 없어 방문할 때는 대중교통을 권한다. 정오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 매주 일'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 053)753-0423, 홈페이지 www.mula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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