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사드 퍼즐 풀기

입력 2016-07-26 19:12:05

김해용 북부지역본부장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영화 '곡성' 속의 대사다. "무엇이 중헌디?"

사드(THAAD) 파동을 보니 딱 이 말이 생각난다. 당초 정부는 사드가 배치되면 북한 미사일로부터 전 국토가 방어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성주에 배치될 경우 사드가 수도권 방어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도권을 북 미사일로부터 지킬 수 없는 사드는 반쪽짜리일 뿐이 아닌가.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했다. 일부 수도권 언론들이 그 짝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성주 군민들의 절규를 이들은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로 매도했다. 정부와 수도권 언론의 논리대로 사드의 전자파가 무해하고 북한 미사일을 완벽히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면 배치 최적지는 단연코 서울 또는 그 인근이 아닐까?

사드가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한반도 남쪽 성주가 아니라 전 국토를 방어할 수 있는 곳으로 배치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제대로 된 언론이다. 사드 배치 지역을 결정하는 데 최우선시된 기준은 결국 '인구 적은 곳'이었을 뿐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의 권익쯤은 쉽게 희생시킬 수 있는 것인가.

사드에 관해 소극적이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정황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한데 급박한 국제 정세와 관련짓지 않고서는 '사드 퍼즐'을 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대국굴기(大國崛起'대국이 일어서다)를 표방하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더구나 달러화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로서 위안화를 띄우겠다는 야심마저 드러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매우 불편한 도전이고 좌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예민한 시기인데도 박근혜정부는 한때 중국에 너무 많이 다가갔다. 미국으로서는 한국과 중국 사이를 떼어놓을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사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소원해지리라는 점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주변 열강들로부터 '줄 서기' 요구를 받고 있으며 사드는 그 테스트의 일환이자 시작점이다.

해방 후 민간에서는 이런 말이 나돌았다.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 일어선다." 열강의 각축에 휩싸인 한반도 상황에 대한 민초들의 불안한 심경을 담은 말이었는데, 이 경고는 70여 년이 지난 요즘에도 유효한 것 같다.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것이 냉엄한 국제무대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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