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유언장, 주소 잘못 써도 법적 효력 있다"

입력 2016-07-25 20:38:37

대구고법 항소심, 원심 뒤집어

주소 일부를 잘못 쓴 자필 유언도 법적 효력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제1민사부(부장판사 성수제)는 유언장에 기재된 상속인이 다른 법적 상속인을 상대로 제기한 유언 효력 확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4년 사망한 A(당시 81세) 씨는 2011년 자신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아들 B씨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자필로 작성했다. A씨의 법적 상속인은 B씨를 포함해 부인과 다른 자녀 등 모두 7명이었다. 유언장은 내용, 연월일, 주소, 성명 등이 적혀 있지만 A씨는 사망 당시 별도로 유언 집행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사망하자 가족 간 갈등을 우려해 법원에 유언장 검인을 신청했고, 가족들도 유언증서에 문제가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막상 B씨가 아버지의 재산을 명의 이전하려고 하자 가족들은 동의해주지 않았다. A씨의 유언장에 기재된 주소가 틀리다는 이유에서다. 민법은 자필로 쓴 유언의 경우 주소지가 주민등록상의 주소이거나 생활의 근거가 되는 주소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는 나머지 법적 상속인 6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에서 패할 것으로 예상한 5명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기각됐지만 출석한 C씨는 의외로(?) 승소했다. 법원은 "A씨가 유언장에 주소를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았고, 이 주소를 통해 우편물을 수령하지도 않았으며 유언 효력이 인정될 정도로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표시를 갖추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패하자 B씨는 C씨를 상대로, 다른 법적 상속인 3명은 뒤늦게 B씨를 상대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유언장에 기재한 주소가 주민등록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춘 생활의 근거가 된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