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도 당한 몰카, 누구나 당할 수 있어

입력 2016-07-24 20:23:18

대구서 범죄 최근 5년 새 10배 증가…전문가 "생산·판매과정 관리 필요"

22일 오후 전자상가가 밀집한 대구의 한 골목. 한 가게에 들어가 '몰카'(몰래 카메라)를 찾자, '초소형 카메라를 찾느냐'며 가게 직원이 손톱만 한 크기의 카메라를 꺼내놨다. 단추, 펜, 콘센트처럼 보이는 '위장형' 카메라도 이것저것 소개해줬다. 이 직원은 "요즘은 몰카라는 말 아무도 안 쓰고 초소형 카메라라고 부른다. 구매하는 사람들도 남녀노소 아주 다양하다"고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까지 몰카에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몰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를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제조'판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몰카 피해는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몰카 이슈는 연예계에서 최근에는 '리벤지 포르노'(사귀던 연인과의 관계를 몰래 찍어 헤어진 뒤 배포하는 행위)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건희 회장의 침실까지 몰카가 침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 몰카 범죄 통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1천130여 건이었던 전국 몰카 범죄가 지난해 7천620여 건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고, 대구에서도 2011년 상반기 46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460건으로 10배 늘었다. 올해 상반기는 벌써 331건으로 최대치가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몰카 범죄의 수단이 되는 초소형 카메라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헤어진 연인에게 스토킹을 당했다는 A(27'여) 씨는 "헤어진 뒤 이어진 스토킹 탓에 무섭고 두려워 경찰에 연락해 도움을 받았을 정도였다.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너무 불안하다"며 "눈으로 보기에 식별되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만드는 카메라는 범죄에 이용될 것이 뻔한데 구매할 때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판매는 물론 생산'제조 과정에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몰카가 목적인 초소형 카메라는 특정관리제품 유형으로 구분해 생산, 제조, 판매 단계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몰카 남용이 심각한 만큼 구매자 확인 절차 등 규제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