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무리한 요구 같네요."
록히드마틴사의 길버트(가명)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바깥에서 요격하는 무기를 만들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쏘는 패트리엇 미사일도 명중률이 낮다고 욕먹는 판인데." 하지만 길버트가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수익성이었다. 그 무기를 애써 만들었다고 해보자. 그걸 어디다 팔아먹겠는가? 미국이랑 괌 등 몇 군데 설치해 봤자 겨우 본전이나 뽑을지 회의적이었다. 그 말을 들은 정부 관료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일본도 있고, 우리의 영원한 보루 한국이 있으니까요."
"한국이라고요?"
길버트는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이라고요? 거긴 국토도 좁은데다 산이 많아서 이런 무기가 적합하지 않은데…."
관료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건 제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요격무기나 만들어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6년 어느 날, 길버트는 기분이 좋았다. 사장이 호출을 해서 가봤더니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두툼한 보너스를 부상으로 주는 게 아닌가?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액수가 상상을 뛰어넘었다. 가슴에 든 수표의 무게를 느끼며 길버트는 잠시 회상에 젖어들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명 사드(THAAD)는 많은 난항을 거치며 완성됐다. 한때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 제법 괜찮은 요격률을 보이면서 기사회생했다. 문제는 이걸 몇 대나 팔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사드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한국 배치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첫째, 사드는 한국인들 절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을 방어해 주지 못했다. 이게 안 된다면 뭐 하러 사드를 들여오겠는가? 둘째, 사드와 같이 설치되는 레이더에서는 엄청난 양의 전자파가 나오기 마련이다. 국토가 넓은 미국이야 별문제가 안 되지만, 손바닥만 한 한국 땅에서 사드를 설치할 만한,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이 나올지 의문이었다. 셋째, 중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게 자신에 대한 위협이라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한국이 과연 이런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들여올지 길버트는 영 회의적이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조약이 성사됐을 때,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당연히 길버트였다. 듣자하니 사드에서 전자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구라를 쳤으며, 수도권 방어가 안 된다는 사실은 되도록 쉬쉬했단다. 여론조사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게다가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반대 여론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신기한 것은 국민들의 상당수가 사드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모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면서 길버트는 킥킥 웃었다. "서울 한복판에 미사일이 떨어지면 중국, 러시아가 책임지나? 시간 끌지 말고 지금 당장 설치해야 된다." 이런 글이 3천 개가 넘는 추천 수를 받은 걸 보면, 1대가 아니라 10대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마지막 문제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한국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으니까. 세상에 어느 나라가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별 필요도 없는 무기를 들여오겠는가? 하지만 한국은 자신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더 챙기는 나라였고, 결국 한반도 남쪽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주머니 속의 수표를 만지작거리며 길버트는 생각했다. 한국 같은 나라가 하나만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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