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신성장 산업 시대를 연다] ②포스텍 신약 개발 프로젝트

입력 2016-07-21 22:30:06

4세대 방사광가속기 활용…포스텍, 세계적 신약 만든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의 메카로 경북이 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이 사업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의 신약 개발 연구 모습. 경북도 제공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의 메카로 경북이 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이 사업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의 신약 개발 연구 모습. 경북도 제공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전경. 경북도 제공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전경. 경북도 제공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는 신약 개발의 꿈이 영글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덕분이다. 지난달 포스텍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 자유전자 레이저 발생에 성공했다.

가속기는 신약 개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통한다. 포스텍 연구진은 오랜 시간 축적된 연구 역량에 우수한 성능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더해진 이상 세계적 신약 개발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자신한다. 여기에 경상북도와 포항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손을 거들었다. 경북의 미래 먹거리가 신약 개발에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신약 개발의 메카로 경북이 도약하고 있다.

◆포스텍, 신약 개발의 꿈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는 2000년대 초반 포스코와 포스텍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포스텍 생명공학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소다. 생명공학연구센터는 최근 시험 가동에 성공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 프로젝트(NBA 프로젝트'Next generation Bio/Accelerator Project)를 기획, 미래 산업 창출 노력을 하고 있다.

NBA 프로젝트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신약 개발을 위한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제약 및 생명공학 분야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서는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분석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역량을 갖추고, 세포막에 존재하는 여러 신약 표적 단백질의 구조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포스텍에는 기존 구조생물학 분야와 제약 연구를 하는 그룹과 더불어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신진 교수들을 선발, 최고의 전문 연구그룹을 구성하려 하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분석을 가장 잘하는 연구그룹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바이오디자인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최단기간 내에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분석분야와 구조기반 신약 개발 분야의 최고 기관이 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장승기 연구센터장(생명과학과 교수)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구축한 4세대 가속기를 활용해 약물의 표적이 되는 세포막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히고, 구조기반 신약 개발 방법을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것"이라며 "국외 선진 연구기관'제약사와 협력해 전 임상 및 임상시험을 한다면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신약 개발의 포부를 밝혔다.

◆가속기를 활용한 신약 개발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되었을 때 먹는 약의 대부분은 약물이 작용하는 표적 단백질(환자의 몸에 있는 고장 난 단백질 또는 감염 미생물의 단백질)과 결합해 그 기능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물질이다.

그런데 이런 물질을 새로이 개발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게 어렵고, 그런 물질을 찾더라도 표적 단백질과 유사하게 생긴 다른 단백질과 결합해 그 단백질의 기능을 바꿔 부작용을 내는 때가 있어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개발된 방법이 단백질 구조기반 신약개발이다.

마치 열쇠와 자물쇠가 서로 결합하듯,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알면 그 표적 단백질과 잘 결합할 수 있는 물질을 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예측된 물질이 표적 단백질과 실제로 결합하는지, 표적 단백질의 기능을 변화시키는지를 검증만 하면 된다.

또 예측된 물질 중 표적 단백질 기능을 바꿔주는 물질을 골라내고 그 물질과 결합한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다시 분석한다. 이후 결합 방식과 결합 부위를 더 세밀히 조사해 더 효능 좋은 물질을 예측하고 그대로 신물질을 만들어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몇 차례 반복, 신약 개발을 하는 게 구조기반 신약 개발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면 무작위로 물질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약을 개발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HIV 치료제인 사퀴나비르와 리토나비르 등이 이러한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 가속기보다 100억 배 밝은 빛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빛의 위상이 같은 질 좋은 빛을 만들 수 있어 아주 작은 단백질 결정(nano-crystal)으로도 구조 분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구조기반 신약에 필요한 높은 해상도의 결정 구조를 얻을 수 있다. 또한 3세대 가속기로 결정 분석을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X선에 의한 변형이 없고, 단백질의 동력학적인 분석까지 가능하다. 4세대 가속기는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분석에 이상적인 장치인 셈이다.

포스텍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세포막에 있는 신약 표적 단백질들의 구조를 밝히고, 국내'외 제약사와 공동 또는 협력 연구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다면 국내'외 제약산업의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4세대 가속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의 주도권 확보

지난해 전문가들은 2024년쯤 세계 제약산업 시장규모가 1천80조원대로 성장하리라는 예측을 했다. 이 분야가 해마다 눈부실 정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아직 걸음마 수준인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발전시키는 건 국가 발전과 경쟁력 제고에 꼭 필요한 일이다.

장 연구센터장은 "이미 구축된 연구시설과 특화된 연구소,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신약개발 산업을 창출한다면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도 가속기를 활용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NBA 프로젝트의 핵심인력 수용과 연구기반 구축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센터(가칭) 설립을 위해 올해 사업비 45억원을 지원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 센터 설립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연구 기반시설 구축과 동시에 포스텍과 지자체는 협력해 국내'외 제약사와 세계 최고 수준의 신약연구기관을 유치할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앵커기업을 유치,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NBA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전체 제약산업을 수직 도약시키기 위한 대형 계획이므로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 우리나라 미래 산업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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