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북체육중·고 학생 인권 침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입력 2016-07-19 21:17:44

경북체육중학교의 여학생이 지난 6일 기숙사에서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으려다 친구에게 발견됐다. 여학생은 유서에서 평소 운동부 지도교사로부터 외모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썼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여학생이 목숨까지 버리려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도 학생만 전학조치했다. 교사를 내버려둔 학교나 교육 당국의 학생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살 기도 여학생이 다니던 경북체육중'고교는 경북 엘리트 체육 교육의 산실이다. 기량을 가진 학생을 발굴해 유망 스포츠선수로 키우는 학교다. 따라서 전문교육과 함께 엄격한 규율을 필요로 하고 성적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반학교처럼 학생 전인교육 역할도 맡는 엄연한 대한민국 교육기관이다. 학생을 아끼고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며 미래 인재로 키우는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동안 일어난 여러 일을 보면 학교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여중생의 자살 기도뿐만 아니라 지도교사의 폭언으로 지난달에도 한 여고생이 자해를 시도했다. 지난해에는 기숙사 생활 남학생끼리 게임 과정에서 음란 행위를 강요한 것이 드러났다. 동급생끼리의 폭력 사건, 불법 찬조금 모금 같은 나쁜 일도 일어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만으로도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도 남는다.

운동과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이어져도 교육 당국은 태평이다. 여중생 자살 기도와 관련해 관할 경산교육청은 문제교사의 수업 배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인권이 침해된 학생에 대한 배려는 전학뿐이었다. 경북도교육청은 아예 몰랐다. 도교육청은 앞서 지적한 다른 문제를 감사했으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다.

학생 인권에 대한 학교나 교육 당국의 처사는 한심하고 실망스럽다. 학생을 보호하고 미래 엘리트 체육인으로 키우는 본연의 의무를 잊고 있다. 자녀를 맡긴 학부모 심정은 헤아릴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불미스러운 일의 재발 방지 의지는 기대조차 접어야 할 상황이다. 학생 인권 존중 교육의 필요성이 나오는 까닭이다. 학교와 교육 당국의 학생 인권에 대한 배려와 깨인 의식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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