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다"라고 한 망언이 국민 여론을 들끓게 하자 나 전 기획관뿐만 아니라 다른 고위 관료들도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을 가진 게 아니냐 하는 의심과 질타가 터져 나왔다. 전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의 운전기사 상습 폭행 사건도 있었다. 못돼 먹은 재벌 2, 3세 등 가진 자들이 '갑질' 차원을 벗어나 못 가진 사람들을 그야말로 '개'돼지' 취급하듯이 멸시하는 사건들이었다. 좀 더 넓게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류층과 서민 등 사회 양극화 속에서 기득권층이 그렇지 못한 지역과 계층의 사람들을 천대하는 의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성주군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도 철저히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다가 느닷없이 성주를 배치 지역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사안인데도 경북도와 성주군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주지도 않았고 흔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성주 민심이 불타오르자 유력 수도권 언론들은 이를 '님비 현상'으로 몰아붙였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주 방문 때 일어난 폭력 사태를 부각시키며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않았다. 성주로 대표되는 지방 사람들을 '이등 국민'으로 취급하는 작태이다.
사드 배치가 논란이 되자 정부 일각에서는 중국의 반발에 대해 외국이 간섭할 수 없는 국가의 자위권적인 사안이라며 일축했다. 중국의 무기들도 우리나라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한'미'일을 한 축으로 묶어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요구에 의한 것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사드가 북한 핵무기에 대한 방어용이라지만 성주에 배치하면 서울과 주변 지역은 방어권역에서 벗어나 있고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지역들을 우선하여 방어권역에 포함하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의 반발은 외면하고 미국의 요구에 응함으로써 등거리 외교의 이점을 잃어버리고 신냉전의 험난한 국면에 빠지게 됐다. 자국민의 안위는 무시하면서 강대국의 요구에는 약한 정부,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정부를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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