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이후 터키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의 역할이 확대되고 대통령과 측근을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면서 국내외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발 기사에서 그럼에도 이번 쿠데타 시도를 지지하는 젊은이는 거의 없었다며, 쿠데타보다는 흠결이 있더라도 민주주의가 낫다는 터키 국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트레이너인 코라이 수제르(25)는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선의 쿠데타보다 낫다"고 말했다.
쿠데타가 발생했던 15일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다리를 건너던 누리 도넨 씨는 1980년 당시의 쿠데타를 기억한다며 "쿠데타의 시대는 끝났다. 힘으로 지배할 수 없다. 사람들의 뜻으로 지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글 노점을 하는 제린 쿠다이(24)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대파로부터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의 재임 동안 경제가 발전했고 정부의 서비스도 개선됐으며 여성 이슬람교도가 누릴 수 있는 공적 영역도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데타는 그런 발전을 되돌릴 수 있다며 "그것은 당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교통 상황을 알리는 고속도로의 전광판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장식하고 있다. 군부와 보안 조직의 대부분이 에르도안 대통령 편에 섰고, 평소 대통령을 극렬히 비판했던 야당마저 쿠데타 시도를 비난했다.
터키 내에서는 이번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주요 원인이 군부가 사회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퇴역 장군이자 군사 비평가인 살리흐 아키우레크는 "이번 쿠데타 시도는 성급했고 제대로 계획되지 않았으며 신중하지 못했다는 게 분명하다"며 "인터넷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터키 군부는 공화국이 설립된 1923년 이후 1997년의 마지막 쿠데타까지 네 차례나 민간 정부를 전복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2002년 이후 이슬람교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은 세속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군부와 대립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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