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폭도가 아니다" 성주 군민들의 피맺힌 절규

입력 2016-07-17 19:15:09

"물리력 가한 경찰·경호팀에 전혀 문제 삼지 않았는데… 정부가 나서서 처벌하다니"

17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한 주민이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착용할 사드 반대 티셔츠를 만든 후 건조대에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7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한 주민이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착용할 사드 반대 티셔츠를 만든 후 건조대에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 국무총리가 6시간여 동안 성주에 갇혀 있었던 사건이 난 직후인 16일 오후. '난리'가 난 성주군청 맞은편 성주문화원 입구에서는 성주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집회와 가두 행진이 있었다. 진리대한당과 (사)월드피스자유연합 소속 회원 9명이 이날 오후 성주를 찾아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는 것에 찬성하는 행사를 가진 것이다. 서울에서 온 이들은 군청에 들러 기념촬영까지 한 뒤 성주문화원으로 이동해 집회를 열고 미리 준비한 인쇄물을 돌렸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성주군민들은 보고 지나쳤다. 폭력은커녕, 험한 말 한마디 없었다.

#2 17일엔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이재복 공동위원장이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황교안 총리가 성주를 방문한 날 폭력사태가 발생한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군민은 절대로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다. 외부인이 순수한 농민의 군중 심리를 이용한 점이 있다"고 했다.

투쟁위원회는 17일 성주의 학부모들에게 간절한 호소를 했다. 초'중'고교 학생 등교 거부'조퇴와 촛불문화제 참석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사회 현안에 직접 개입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고향, 성주가 쑥대밭이 되고 있지만 성주 사람들은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전체 군민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사드 찬성 집회가 성주군 한복판에서 열려도 욕 한마디 하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군민의 지도자가 나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용기도 발휘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또다시 성주군민들을 몰아치고 있다. '폭력행위에 대한 전면적 수사' '엄중 처벌' 등의 방침을 쏟아내며 사드라는 대못이 박힌 성주 사람들의 가슴에 또다시 '폭도'라는 못을 박고 있는 것이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지금 이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중앙정부가 지방을 상대로 한마디 상의 없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이런 엄청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지난 주말의 사건을 빌미로 사태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주민 A씨는 "지난 주말 경찰이나 경호팀이 폭력을 휘두르지 않은 성주 주민들에게조차 물리력을 가했다. 우리는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경찰을 앞세워 폭력 수사를 계속해서 흘리고 있다. 성주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주군청 방문 때 있었던 일과 관련, "경북경찰청 수사과장(총경)을 반장으로 하는 전담반을 편성해 불법행위자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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