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중점학교' 대구 8개 고교 최근 교육 성과 발표회

입력 2016-07-17 19:35:13

지난 15일 경상여고 수학 캠프에 진로집중과정반 1, 2학년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왼쪽) 경화여고 문예창작실에서 작품 전시
지난 15일 경상여고 수학 캠프에 진로집중과정반 1, 2학년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왼쪽) 경화여고 문예창작실에서 작품 전시'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학생, 학부모 등 70여 명이 참석해 학생들이 창작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얻었다.(사진 오른쪽) 허현정 기자

학생들에게 진로 맞춤형 학습 선택권을 보장하는 '교과중점학교'가 최근 성과 발표회를 열었다.

교과중점학교란 예술, 과학 등 특정 교과목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다. 대구에는 현재 4개 분야(과학'예술'수학'영어) 13개 학교가 교과중점학교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8개 학교에서 최근 그동안의 성과를 캠프, 공개 수업, 전시회 등으로 발표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

이 가운데 수학 중점학교인 경상여자고등학교와 문예창작 중점학교인 경화여자고등학교를 찾았다.

◆'수학 중점' 경상여고

경상여고는 15~17일 수학 진로집중과정반(이하 수학 집중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캠프'를 열고 세미나, 토의, 발표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지난 15일 오후 경상여고 수학세미나실에서는 수학 집중반 1, 2학년 57명의 학생이 모둠을 이뤄 활발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조별로 모인 학생들은 ▷코시슈바르츠 부등식 방정식의 근의 공식 ▷이차 곡선과 실생활의 관계 등의 주제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수학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연구했다. 모둠마다 경북대 수학과 학생이 한 명씩 멘토로 참여해 학생들의 탐구 과정을 도왔다. 이날부터 3일간 진행된 수학 캠프에서는 수학 골든벨, 진로 상담 등이 진행됐다.

캠프에 참여한 황승혜 학생(2학년)은 "친구들과 토론하던 중 손전등, 전조등 등의 모양에 수학적 원리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반 친구들이 특히 수학에 관심이 높은 만큼 평소에도 보충 개념을 공부하거나 토론을 할 수 있어 학업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경상여고는 지난 2014학년도부터 3년째 수학 집중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3학년 학년별 한 학급 총 83명이 수학 집중반에 속해 있다. 이들은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수학 연습, 수학 심화 등의 과목을 소화한다. 수학 수업 시간도 다른 반이나 일반고보다 5시간 더 많다.

학생들은 평소 수학 교구, 실험 도구들을 늘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쌍곡선, 타원, 포물선의 원리 등 도형이나 싸이클로이드 곡선 등을 실제로 실험해보며 원리를 익힐 수 있다.

이 같은 학업 환경 덕분에 수학 중점반 학생들은 학업 성적도 상위권이다. 같은 과목에 흥미가 있는 또래끼리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김민서 학생(1학년)은 "매주 수학 토론 수업이 있고 주말에는 가끔 친구, 선생님과 수학 축제 등 다양한 활동에도 함께 가볼 수 있다"며 "과목 중 수학을 좋아해 더 잘하고 싶어 수학 집중반을 선택했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상여고는 내년부터 수리'과학'정보 융합 교과중점학교로 거듭난다. 기존 한 학년당 1학급에서 교과중점학급을 세 학급으로 늘릴 전망이다. 이는 최근 교육부의 융합 인재 양성 목표에 맞추고자 다양한 교과를 융합한 융합교과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이재국 경상여고 교장은 "개개인의 진로와 희망을 고려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교의 물리적 지원, 교원의 적극적인 의지로 학생,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문예창작 중점' 경화여고

같은 날 문예창작 중점학교인 경화여고에서도 작품 전시 및 발표회가 열렸다. 문예창작실 복도에는 문예창작반 학생들이 직접 쓴 시, 소설 4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발표회에서는 김미숙 중국문화원 문화국장이 가장 먼저 나서 김춘수 시인의 '꽃'을 낭송했다. 이어 문예창작반 학생들이 직접 쓴 시인 '웅덩이' '늑대 우는 밤' 등을 음악과 함께 멋진 목소리로 낭송했다.

경화여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문예창작 중점과정이 있는 학교다. 201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뽑았으며 당시 지역 사회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의 기회를 주고자 문예창작반을 설치했다. 현재 1학년 28명, 2학년 19명 등 학년별 한 학급을 운영 중이다.

문예창작반에서 배우는 과목은 시창작, 소설창작, 문장론, 문예창작전공실기 등 일반고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교육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또 극창작'대중문화비평'영상제작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창작을 위한 감수성을 키우고 있다.

문예창작반 학생 5, 6명당 교사 1명이 멘토로 배정되는데 진로 상담, 작품 첨삭 등을 가까이서 지도받을 수 있다. 문예창작반을 지원하는 학생들의 장래희망은 소설가, 시인에서부터 국어 교사,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하다. 김언아 학생(1학년)은 "어렸을 때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문예창작반에서 공부하고 싶었다"며 "일반고에서는 접할 수 없는 문예창작 기초를 공부할 수 있고 현직 작가분들께 직접 배울 기회가 있는 게 장점이다"고 말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자신의 꿈을 발견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가 지원하는 교육과정 역시 체계적이다.

졸업 때까지 매 학기 대학 학과 탐방, 지역사회 문학 기행, 방송국 탐방 등의 특화된 진로 활동을 실시한다. 이 밖에 ▷일상생활 속 소재 찾기 ▷국어능력인증시험 준비 ▷1인 1소설 필사하기 ▷문집 발간 ▷연극 관람 등을 통해 학생들의 문학적 세계관 확립을 돕는다.

백승재 국어과 교사는 "다른 반 아이들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만큼 모든 활동에 참여도가 높고 능동적인 편이다"며 "재능과 창의력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대입전형을 일대일 맞춤형으로 대비할 수 있어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문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이 분야에만 매진하다 보니 수상 실적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에는 전국 단위의 백일장, 독후감 공모전에서 13차례 입상했고 올해는 벌써 20차례가 넘는 수상 성과를 거두었다.

윤세현 경화여고 교장은 "항상 본인의 역량을 계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나중에 자랑스러운 경화인이 되어 학교를 빛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문예창작반이 되도록 모든 교사들이 합심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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