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의대 졸업생 서울 쪽 쏠림 막고, 정부 대책을"
대구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A교수는 올해 초 응급환자를 받았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환자는 고열에 패혈증 증세까지 보이는 상태였지만 레지던트가 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짜 당직의사는 수술 여부를 제대로 결정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A교수가 수술은 무사히 끝냈지만 중환자실로 옮긴 환자 관리도 쉽지 않았다. 결국 A교수는 내과에 연락해 수술 환자 관리를 부탁하는 등 애를 먹었다. A교수는 "수술을 보조해줄 전공의가 부족해 위급 상황 대처가 쉽지 않은데다 경험이 부족한 레지던트 1년 차가 중증환자를 관리할 때도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수술실이 외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전공의 부족으로 안전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의와 한 조를 이뤄 수술실에 들어가야 할 전공의가 부족해 수술 도중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운데다, 수술 후 중증환자 관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외과 수술의 경우 보통 4명이 한 조를 이뤄 수술실에 들어간다. 수술 집도의와 전공의 또는 전임의(임상강사), 간호사, 마취과 전문의 등 4명이다. 그러나 간단한 수술의 경우 전공의가 없이 수술 집도의와 PA(의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마취과 전문의, 간호사 등이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다. 수술 도중 혈관 등이 파열되거나 수술 집도의가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수술이 어려워지면 대처가 힘들다는 것이다. PA의 경우 간호사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시술이나 수술에 개입할 수 없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장기 수술의 경우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병원은 전공의 대신 전임의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전공의 부족 사태가 계속된 진료과목의 경우 전임의 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레지던트 대신 인턴이나 의과대 실습학생이 수술실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주말에는 전공의가 없는 날도 많아 응급환자는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고 했다.
대구 의료계는 전공의 부족 사태 해결이 국가적인 과제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낮은 의료수가를 조정하고, 지역의 의과대 졸업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병원 전공의로 몰리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 대학병원 한 외과 교수는 "위암 수술로 위를 모두 절제하는 전절제수술은 의료수가가 122만원, 부분절제수술은 115만원"이라며 "이는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임플란트 의료수가인 123만원보다 적다"고 푸념했다.
대구의 의과대나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을 막을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수도권 대형병원은 전공의, 전임의 경쟁이 치열하고, 지역 병원에는 정원 미달에 시달리는 형편"이라며 "졸업생 모집에 애를 먹는 지역 병원을 활성화시킬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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