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양위 표명…'상징천황제' 바뀌나

입력 2016-07-14 18:56:18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왕위를 왕세자에게 넘기고 물러날 의향인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상징천황제'를 바꾸는 계기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아키히토 일왕이 양위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은 일본헌법과 '황실전범'(皇室典範'이하 전범)에 규정된 '상징천황제'의 변환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헌법은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1조)이라고 기술하고 "국정에 관한 권능을 지니지 않는다"(4조)고 명시해 일왕을 상징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전범은 일본의 왕위 계승 및 왕족의 신분 등을 정한 법률로 일왕이 별세 시 왕세자가 즉시 즉위하며, 일왕이 중병이나 사고 등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섭정(攝政'왕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자기 뜻에 따라 퇴위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은 것이다. 1947년 현행 헌법과 전범이 시행된 이후 일왕은 사실상 종신직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수년 내 물러나고 싶다는 아키히토 일왕의 의향을 반영하려면 전범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논의 과정에서 퇴위 절차뿐만 아니라'상징천황제'자체가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범은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남계남자'(男系男子)만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한정해 어머니로부터 왕족의 피를 이어받거나 여성인 경우는 왕이 될 수 없도록 했는데 이런 문제를 포함해 왕실 존재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와니시 히데야 고베조가쿠인 대학 준교수(일본근현대사)는 아키히토 일왕의 양위 의사에 관해 "근대에 들어 처음 있는 일이며 역사적으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때 그의 자문기구가 여계 일왕이나 여성 미야케의 창설도 인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정리했으나 전범의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또 올해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왕위계승 자격을 남계남자로 규정한 전범이 여성을 차별한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내려다가 일본 정부의 항의에 이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 제도변경에 관한 논의는 극히 제한된 수준에서만 이뤄졌는데 아키히토 일왕의 양위 의향이 왕실 존재 방식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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