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醫窓)]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입력 2016-07-12 20:07:17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성장하면서 학교나 보건소에서 주삿바늘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주사를 맞는 이유는 약하게 만든 병원체를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형성시켜 그 질병에 저항하는 면역성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다.

어떤 병을 앓고 난 후에 생기는 면역력을 자연면역이라 하고, 예방주사를 통해 얻는 면역력을 인공면역이라 한다. 어떤 병원체는 한 번 주사를 맞으면 면역이 평생 유지되지만, 어떤 병원체는 여러 번 주사를 맞아서 그 힘을 더 키워 줘야 한다. 예를 들어 홍역 예방주사는 어릴 때 두 번 접종을 하면 평생 면역이 생기지만, 일본뇌염은 매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첫 예방접종은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라는 의사가 천연두 예방접종을 시행한 것이다. 이후 인류를 괴롭힌 여러 전염병을 예방접종으로 퇴치하고 있으며,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가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금까지 백신은 주로 전염병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개발되면서 올해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적용을 받게 됐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발병률 2위인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매년 3천300여 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연간 900여 명이 사망한다. 발병하는 연령대도 점점 어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매년 2천 명 이상의 30대 미만 여성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으며 20, 30대가 전체 자궁경부암 환자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주로 성 접촉에 의한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병한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는 백신은 지난 2009년 개발됐다. 백신 접종 가격이 비싸 대규모 접종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이달부터 만 12세 여성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무료로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 주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면 70% 이상 자궁경부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대상은 2003년 1월 1일부터 2004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초등학교 6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으로 47만여 명에 이른다. 예방접종은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일본에서 예방접종 후 전신 통증과 보행 장애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이후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상 반응이 접종 대상자의 심리적 불안과 긴장에 의한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고, 질병관리본부도 "이상 반응 종류와 빈도는 어린이와 노인 대상의 다른 백신에 비해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공포보다는 예방접종 수칙을 잘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 천연두처럼 자궁경부암도 지구 상에서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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