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6일 밤 9시 30분 무렵. 백령도 근처 해상을 순찰 중이던 천안함 후미에서 '펑'하는 굉음이 울렸다. 배는 잠시 물 위로 솟구치는가 싶더니 빠른 속도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배는 가라앉는데 우리 군은 영문도 몰랐다. 당시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북쪽 허공에다 76㎜ 함포로 사격을 가한 것이 고작이었다. 이마저도 날아가는 새 떼를 미상의 물체로 오인해 사격한 것임이 드러나 망신살만 뻗쳤다. 장병 46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지만 응징도 못했다. 정확한 경위를 내놓지 못하니 군의 말발이 서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자체 폭발설, 어뢰나 기뢰 등 외부 충격설, 암초설 등 온갖 추측만 난무했다.
군이 북한 어뢰에 의한 격침임을 확인한 것은 사고 후 한 달도 더 지나서였다. 사고 해역에서 민간 어선이 '1번'이란 한글이 선명하게 쓰인 어뢰 추진체를 찾아내고서야 군은 북한 짓임을 인정했다. 추진체를 못 찾았다면 북의 오리발은 아직도 먹혔을지 모를 일이다.
새삼 천안함 침몰사건을 떠올린 것은 사드를 대하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태도 때문이다. 그는 '사드로 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요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동해안 동북방에서 한반도를 향해 발사된다면 사드로 요격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동북방에서'란 단서를 흘려들으면 사드가 SLBM을 전천후 요격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SLBM은 말 그대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다. 잠수함에 싣고 돌아다니다 아무 데서나 쏠 수 있다. 어디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북은 이미 SLBM을 두 차례 시험 발사했다. 6차례 시험 발사 끝에 성공한 무수단 미사일처럼 성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보 차원에서 옳다.
백령도 코앞까지 다가와 어뢰를 쏘아도 까마득히 몰랐던 군이다. SLBM을 실은 북 잠수함을 우리 군이 늘 파악하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게다가 사드는 레이더 빔을 쏘는 방향에서 좌우 120도까지 탐지할 수 있다. 늘 북쪽을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북이 SLBM을 '동북방에서' 쏠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한 장관은 사드로 SLBM을 요격할 수 있다고 자랑처럼 말할 것이 아니었다. 사드로 SLBM을 막는 것이 완전하지 않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옳았다. 진단이 정확해야 옳은 처방이 나온다. 안보를 책임진 한 장관은 순진하거나, 거짓말쟁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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