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쯤 된 일이다. 아내와 같이 부산에 갔다가 당시 부산시 고위 간부로 있던 고교 동기 부부와 자리를 함께했다. 화제가 신공항에 이르자 갑자기 동기생 부인이 대구 사람들은 밀양 신공항을 주장하면 안 된다고 따지듯이 나무랐다. 나는 속으로 자신도 대구 출신인데다 오랜만에 만난 남편 친구에게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그때 친구가 동남권 신공항은 벌써 10년 전 자신이 과장일 때부터 기획하고 준비를 해서 수차례 중앙정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노무현정부 말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타당성 조사를 거쳐 이제 입지선정까지 왔는데 대구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밀양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남의 밥상에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같이 먹자고 달려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숟가락 행정'. 부산 사람들이 대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마디로 표현한 단어였다. 대구시의 숟가락 행정은 중앙정부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였다. 대구시가 숟가락 행정을 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든 첨단의료복합단지도 같은 사례였다. 충북 오송은 벌써 저만큼 앞서가서 대한민국 생명과학의 허브도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데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관련 기업체 하나 제대로 없는 허허벌판이다. 준비 없는 유치사업의 결과이다.
대부분 국책사업은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보다 지방에서 제안하면 그 타당성을 검토한 다음 국책사업으로 결정한다. 그만큼 지역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끊임없이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 국책사업이 이명박정부 때보다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은 더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만큼 대구시나 경상북도가 신규사업에 대해 연구를 안 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제는 대구 시민이 신공항 문제에 대해 냉정함을 되찾을 때이다. 우리 지역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있는 정부에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면 이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앞으로 후속조치에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실리를 취하는 길이다. 지금 항의를 한다고 해서 정부의 결정이 바뀔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김해 신공항이 우리 지역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신공항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철저히 검증하고 대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보완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둘째로 김해 신공항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와 김해공항까지의 4차로 도로를 확장하고, 특히 대동분기점에서 김해공항까지의 구간은 조속히 확장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대구와 김해공항 간의 KTX지선의 신설 등도 요구해야 한다. 셋째, 달성국가산업단지와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직선으로 연결하는 30㎞ 정도의 도로를 신설해 국가산단에서 김해 신공항까지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후지에 2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달성국가산단이 1시간 이내에 김해 신공항, 1시간 30분 이내에 부산신항까지 연결되도록 함으로써 입지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대구의 국회의원들이 신공항 문제에 대해 국무총리를 찾아가서 항의를 했다고 하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찬 일이다. 친박을 열렬히 주장하면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제일 먼저 한다는 게 박근혜정부에 대해 항의하는 거라면 다른 지역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항의와 비판만 해서는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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