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적 소유

입력 2016-07-11 18:41:05

박지향.
박지향.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에 나오는 이 유명한 시구는 필자가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때 즐겨 인용하곤 한다.

이런 꽃을 한 송이 꺾어 가지고 싶은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으리라. 꽃을 감상하는 즐거움의 순간을 지속하고 싶은 것처럼, 새로운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은 지적 유희와 이를 지속하고자 하는 욕구를 동반한다. 지적 유희가 응축된 예술 작품의 소유는 '예술적' 경험 자체를 지속하고자 하는 욕구의 실현이며, 예술 작품은 인간의 감정을 전달해 주는 상징화된 매개체라는 점에서 다른 재화의 소유보다는 한층 성숙한 소유의 형태라 볼 수 있다. 다만 근래 들어 예술작품에 대한 소유가 '가치의 자본화' 현상과 결합되어 상품성을 띠게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필자는 예술작품을 소유해보고자 했던 몇 번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최근 위작 시비로 시끄러운 미술계를 목도하며, 투명하지 못한 일부 관례로 인해 잠재적 구매자들이 예술작품을 소유하는 즐거움에 회의적으로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다.

얼마 전 관심 있던 작가의 작품을 발견하고 작가가 소속된 갤러리에 구매 의사를 전달하면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적이 있다. 해당 갤러리는 작품보증서는 물론 작품의 이력과 작품이 소개된 문헌을 포함한 상세 정보까지 제공했다. 작품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그 작품이 가지는 중요도를 가늠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였다. 순조로운 구매 경험으로 인해 나는 이 작가와 갤러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수시로 제공받는 작품 정보를 유심히 보고 있다.

이와 크게 다른 경험도 있었는데, 필자가 구매 의사를 전달한 후 작품의 보증서와 정보 제공을 갤러리에 요청하였으나, 작품 소유자, 판매를 위탁받은 갤러리, 최초에 작품을 판매한 갤러리도 보증서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감정위원들에게 진위 여부를 감정받아 작품보증서를 발행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수차례 상황에 대한 설명이 번복되는 등 몇 가지 이유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고, 이후 이 작가의 작품을 볼 때마다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떠올라 안타깝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작품 관리 시스템의 부재가 아쉬웠다.

위 두 가지 상황을 겪으며 필자는 갤러리의 작품 관리 시스템과 컬렉터(소유자 및 구매자)의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미술계 발전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갤러리들은 작품 관리 시스템을 철저하고 일관되게 운영하여 미술 시장의 주체인 작가와 구매자들을 원활히 연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구매자들도 '유명' 작가의 작품이면 일단 구입하고 보는 자세보다는, 작품 자체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미술계의 발전적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의 또 다른 주체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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