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직업 나눠서…교수 역할 학생은 기말고사 총정리 강의
효성여자고등학교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스모프'(SMoP) 활동이 인성교육과 직업교육을 연계한 학생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12가지 전문 직업을 전교생과 연계한 스모프 활동은 소외되는 학생 한 명 없이 모두가 학급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임원을 맡은 소수의 학생 외에는 소극적으로 학급 운영에 참여하는 일반적인 학급과는 다른 모습이다. 효성여고가 3년째 실시하는 스모프 활동과 이웃과 함께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봤다.
◆친구에게 배우다, '교수 스모프' 활동
지난달 30일 대구 달서구 효성여자고등학교. 복도, 게시판 등 학교 곳곳에 '원의 방정식', '수능의 감', '부등식의 영역' 등 학생 2, 3명씩 조를 이뤄 준비한 수업을 알리는 공고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이날은 효성여고의 12가지 역할 직분 중 하나인 '교수 스모프'(SMoP)에 속한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직접 수업을 펼치는 날이다. 기말고사를 약 2주 앞둔 이날 강의들은 모두 시험 범위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영어, 수학, 국어, 사회 과학 등의 과목을 중심으로 모두 22개의 강의가 열렸다. 친구들에게 수업을 펼칠 학생들은 일주일 전부터 학교 곳곳에 직접 만든 공고문을 붙이며 홍보했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들었다.
이날 찾은 한 교실에서는 '세계사 총정리'를 주제로 수업이 열렸다. 친구들을 가르치는 학생은 먼저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뒤 직접 만든 유인물을 배부했다. 가르치는 학생과 배우는 학생이 함께 유인물 빈칸에 낱말을 적어넣으면서 세계사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 내용을 정리했다.
바로 옆 교실에서 열린 수학 과목에서 참가한 학생들 역시 수업을 진행하는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조별로 문제를 같이 고민해보는가 하면 앞에 나가 문제를 푸는 학생이 어려움을 겪자 몇몇 학생이 칠판으로 달려가 함께 풀기도 했다.
이날 수학을 가르친 황하경(2학년) 양은 "가르치는 것은 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교수 스모프 활동은 스스로 좋은 공부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수업을 준비하고 유인물을 만드는 데 2, 3일은 투자해야 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설명으로 친구들이 쉽게 이해를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 교수 스모프 활동을 지도하는 서유성 국어과 교사는 "가르치는 학생, 배우는 학생 모두 공부가 되는 활동이라 의미가 있다"며 "학생들이 친구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교사로서의 태도를 오히려 학생에게 배우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인성'직업 교육 연계한 스모프 활동
효성여고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스모프' 활동이 학생들의 협동심을 기르고 진로'직업 교육에 효과를 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스모프란 효성여고에서 지난 2014학년도부터 3년째 실시하고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Social Mosaic Project'의 줄임말이다. 학급을 하나의 작은 사회(Social)로 보고 구성원 한 사람이 서로 협동하며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잘 수행해낸다면 하나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Mosaic)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학급(사회)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당시 효성여고는 학업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학생들의 서열, 경쟁의식을 없애고자 교사와 학생 간, 그리고 친구들 간 관계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보려는 고민을 했다. 이를 위해 학급 조직과 운영에 있어 구성원 전체의 역동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사회 구성원 간 조화와 협력, 참여가 민주 사회의 초석인 만큼 학급을 하나의 사회로 보고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직업들과 연계시켰다. 학급 구성원 모두가 한 직업군에 소속돼 리더의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인 진로교육으로까지 연계시킨 것이다.
효성여고 관계자는 "과거 실장, 부실장 등 임원들만 주도적으로 학급 운영을 결정한 데서 벗어나 모든 구성원이 학급의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며 "담임교사의 일방적, 수직적 지시로 이뤄지던 학급 운영 방식도 개선해나갔다"고 했다.
스모프에는 대의원, 교수, 경찰, 전문상담사, 사회복지사, 환경공학자, 예술 감독, 기자, 사서, 의사, 영양사, 스포츠매니저 등 모두 12가지 직업군이 포함돼 있다. 경찰 스모프에 속한 학생은 평소 학교 폭력 및 도난 사건 예방 활동을, 환경공학자 스모프는 학급의 분리수거 관리 및 청결 봉사, 학급 컴퓨터 및 학습 기기 관리를 맡는다. 또 기자 스모프는 학교, 학급의 모든 일을 기록하거나 촬영하며 사회적'국가적 이슈를 정리해 친구들이 보기 쉽게 알리는 역할을 도맡는다.
반별로 한 스모프당 2, 3명의 학생이 소속돼 있다. 학생들은 학기 초반 스모프 선택 시 자신의 진로나 희망 직업과 연계해 선택할 수 있다.
효성여고 학생들은 월 1회 학급별 '스모프 피드백' 시간을 갖는다. 매번 새롭고 참신한 활동 방안과 정보를 논의하고 우수 활동 사례는 다른 반으로까지 확산시키기도 한다. 또 학기마다 한 번씩 '스모프활동 우수 사례 발표대회'를 열고 학급별 우수 사례를 전교생에게 확산시키는 기회도 갖는다.
김명희 국어과 교사는 "효성여고 교사들은 스모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곧 전문 직업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자 학급에 봉사하는 일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웃과 함께하는 효성여고
효성여고의 인성교육은 이뿐만이 아니다. 효성여고 전 학급은 인근 사회복지기관 및 해외 후원단체와 일대일 결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복지관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봉사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북한, 필리핀, 콜롬비아, 네팔 아동을 위해 매달 소액기부를 한다. 매달 14일만 되면 교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을 직접 또는 계좌이체로 전달하는데 이는 사회복지사 스모프에 속한 학생들이 담당한다.
효성여고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펼치는 재능기부도 주목할 만하다. 봉사 동아리인 'YHY'(Youth helping Youth)와 '헤로도토스' 소속 학생들은 7개로 조를 나눠 매달 1, 2회 봉사활동을 나간다. 인근 수련원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 수업 및 놀이 봉사'에서부터 밴드, 댄스, 사물놀이 등 공연봉사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동완 교감은 "오직 학생들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스모프 활동과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효성여고 인성교육의 핵심이다"며 "실천 중심,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인성교육을 통해 행복한 학교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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