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공부로 날려!] 책과 차 한 자의 여유 북카페

입력 2016-07-08 22: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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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파이데이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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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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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대구하루'
북카페 '대구하루'

"I can not live without books"(나는 책 없이는 살 수가 없네).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이 전임 대통령이자 친구였던 존 애덤스에게 1815년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의 장서를 기초로 미국 의회도서관이 만들어졌다고 할 정도의 독서광다운 고백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라고 토로한 안중근 의사 같은 자랑스러운 독서가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독서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성인은 10명 중 6명에 그쳤다.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시간이 없다거나 독서 습관이 들지 않아서가 주된 이유였다.

이번 주말에는 집 근처 북카페를 찾아 시원한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가까이 해보자.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고전의 향기, '파이데이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파스칼의 '팡세',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괴테의 '파우스트'…. 한 번쯤 들어는 봤어도 제대로 읽었다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운 '위대한 저서'들이다. 인문학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이번 여름 팔공산 '파이데이아'(대구 동구 파계로 138길 15)에서 고전(古典)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파계사 입구 조그만 저수지(중대지) 옆에 자리 잡은 '파이데이아'는 신득렬(72) 전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가 2009년에 연 북카페다. 동서양의 고전 5천 권을 품고 있으며,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풍광도 빼어나다. 파이데이아(paideia)는 그리스어로 교육'교양이라는 뜻으로, 플라톤이 만든 최초의 학교 이름이다.

이곳은 '위대한 저서(great books) 읽기 프로그램'으로 지식인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위대한 저서'는 미국 철학자 로버트 허친스와 모티머 아들러가 1952년 대학생'일반인의 교양교육을 위해 펴낸 54권짜리 전집의 명칭이다. 신 전 교수는 1991년 비영리교육기관인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를 설립, 이 전집에 있는 책의 한국어판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 토론회(월 회비 5만원) 회원은 대학생'일반인 등 70여 명에 이른다.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토론회가 연차(1~12년차)별로 열린다. 초등'중등반도 개설돼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신 전 교수는 "허친스와 아들러는 고전이란 단어가 풍기는 골동품 이미지를 덜어내려고 '위대한 저서'란 용어를 썼는데 어쨌든 혼자서 읽기는 어려운 책들"이라며 "토론회에 참여하면 혼자만의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시원한 산중에 있어 한여름 일주일 정도만 에어컨을 켜도 된다는 '파이데이아'는 2층 세미나실을 회의장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독서와 사색을 좋아하는 이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시내버스 101번과 101-1이 다닌다. 문의 053)982-7063.

◆대구 속 일본, '대구하루'

대구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낮은 편이다. 일본 문화에 관한 정기 강좌나 전람회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 대구와 인근 도시의 대학과 전문대학에서는 일본어 관련 학과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그런 대구에 살면서 일본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중구 경상감영공원 뒤편 '대구하루'(중구 서성로 14길 73)가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일본어 서적 5천 권, 한글 서적 1천500권을 소장한 국내 유일의 일본 전문 북카페다. 일본 나고야대학에서 일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역 대학에서 강의하는 박승주(47) 대표가 지난해 2월 열었다.

책도 책이지만 '대구하루'는 대구에 살거나 여행 온 일본인, 일본을 더 잘 알고자 하는 한국인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민간 일본문화원'을 표방하면서 한'일 문화 교류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에 두 차례 한'일 파티를 여는가 하면 배낭 여행자에게는 따끈따끈한 양국의 여행 정보도 제공한다.

창고로 쓰였던 1960년대 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의 이름 역시 중의적 표현이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멋진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과 일본인들이 '봄'(はる)처럼 따스한 이미지로 대구를 추억해달라는 뜻을 모두 담았다.

'대구하루'는 일본 국제교류기금의 지원을 받아 내년 3월까지 매월 1차례 일본인 전문가들이 강의하는 '종합 일본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 이달 30일에는 묘엔 이치로 전 일본 문예춘추 편집장이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대해 알려준다. '에테가미(그림 편지), '오리가미'(종이접기), '이케바나'(꽃꽂이), 일본 음식문화 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일본어 강습(월 8만원)도 가능하다.

일본 언어'문화에 능통한 전문가들이 전문지식을 살려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해보자는 취지로 북카페를 만들었다는 박 대표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대구의 MICE(기업회의'인센티브 관광'국제회의'전시)산업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053)242-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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