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죽을 쑤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을 때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축 선수들이 도박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팀워크가 무너진 탓으로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우승을 양보(?)하는 것이 전체 야구 발전뿐만 아니라 삼성을 위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삼성왕조'를 구가하는 동안 내부적인 모순들이 적지 않게 쌓였고, 성적이 떨어지면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리그 최고의 투수진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짜임새가 남달랐던 타순도 헛방망이질하기 일쑤다. 선수들의 부상도 장기화하고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도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 라이온즈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삼성왕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이 오버랩된다. 지난 총선 개표 전까지 새누리당이 원내 2당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야당이 분열됐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변함이 없었다. 계파 갈등이 상존했지만 야당 분열에 비하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 공천권을 쥔 주류가 비주류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은 4년 전에도, 8년 전에도 있었다. 새누리당이 개헌선까지 확보한다는 장밋빛 전망 아래 여당 주류가 주도하는 개헌 논의가 불거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4월 13일 개표를 기점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그토록 견고해 보이던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자 당은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친박과 비박은 총선 책임을 두고 서로 총질을 해댔다. 이 와중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강성 친박들은 변칙과 꼼수를 통해 권력 연장에 골몰하고 있다. 강성 친박들의 패권적 사고가 총선을 거쳐 2당으로 내려앉으면서 민낯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제1당으로 정국을 주도할 때 묻혀서 곪아있던 당내 모순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다.
삼성과 새누리당은 철옹성처럼 견고하던 조직과 권력도 한순간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는 삶의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호미로 막을 것을 안일함에 빠져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에 빠진 것이다.
이 지점에서 혁신(Innovation)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언제, 어디서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시대에 과감한 혁신만이 살길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앵거스 디턴은 '지적 혁신'(intellectual innovation)을 강조한다. 그 사례로 산업혁명 전 미국과 유럽 학자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식을 확산시켜 나간 운동인 '리퍼블릭 오브 레터스'(republic of letters)를 주목한다. 아이디어의 공유가 결국 발전과 혁신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밀양 신공항에 걸었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설상가상 K2 공군기지 이전 문제도 물거품이 될 상황까지 몰렸다. 박근혜정부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라는 자부심이 허탈감으로 뒤바뀌고 있다. 앞으로도 안일함에 빠진 채 정부의 선물만을 기대하다가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위기를 극복할 힘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힘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과감히 바꾸는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실천 가능한 목표를 만들어 현실화시키는 등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앵거스 디턴은 저서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에서 "인류를 놀라운 속도로 성장시켜온 것은 혁신이었다"고 강조했다. 대구를 성장시킬 혁신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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