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장
질병이란 몸에 병이 드는 것이다. 에이즈는 질병의 한 종류이다. 완치는 어렵지만 치료약을 꾸준히 먹으면 수명껏 살 수 있는 것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병이라는 것이 현재의 과학적인 진실이다. 그러나 에이즈 환자는 당뇨병'고혈압 환자와는 달리 신체적인 질병으로 인한 고통 이외에도 편견으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고통을 겪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에이즈가 대부분의 경우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이며, 다른 더 심각한 이유는 상당히 오랫동안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무지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이 질병을 둘러싼 공포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각종 신문, TV 매체가 '미지의 괴질' '인류의 천형인 에이즈'라는 타이틀로 공포와 편견을 사람들에게 감염시켰다, 하지만 현대의학이 에이즈의 베일을 벗기고 치료약을 공급하며 이 질병을 만성질환의 하나로 밝혀내자, 모든 나라가 편견 극복에 힘을 기울이며 적극적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까지도 이 질병의 전염성과 혐오감, 공포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미국 에이즈환자의 붉은 반점과 휑한 해골 같은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에이즈환자의 종말로 표현했는가 하면, 소나무재선충이 번지자 소나무에이즈란 타이틀을 붙였다. 이로 인해 에이즈 감염인의 경우 죄책감과 피해의식에 빠지게 되고, 비감염인의 경우 공포와 혐오, 편견이 내면화되었다. 한낱 질병에 불과한 에이즈에 대한 국가의 비인권적이고 무지한 관리 태도는 감염인과 비감염인 모두에게 '혐오와 편견'이라는 낙인이 감염되는 결과를 낳았다.
뒤늦게나마 행정당국이 어설픈 관리체계를 시정하고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국가는 감염인의 치료비를 점차 늘리는 것으로 처리했고, 의료법에서도 에이즈 감염인을 전염성질환자로 포함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병원에서 감염인이 의료거부를 당하는 실태를 시정하기 위해 2015년 말쯤 요양병원에서 감염인의 치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법 개정에 대해 요양병원은 '에이즈 감염인이 병원 내 다른 환자에게 감염시킨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이들은 의학적 근거에서 에이즈가 전염성 질환에서 제외된 사실을 외면하고 편견적 감정을 노출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부 종교단체는 '감염인의 치료비에 드는 경비로 혈세가 낭비된다'는 주장으로 감염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의 생각이 국민의 세금이 마땅히 쓰여야 할 선진국형 의식에 한참 못 미치고 있음이 안타깝고 아쉽다.
국가의 빗나간 정책과 사회의 편견과 무지로 인해 숨어 살거나 자살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떠한 탈출구도 없도록 감염인들을 내몰았던 우리의 편견과 그들의 처지에 대한 반성과 이해는 시급하다. 과거 잘못된 정보로 이미 내면화된 혐오와 편견만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무지와 공포로 인해 비감염인의 감염검사를 기피하게 만들어 조기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쳐 결국 에이즈 환자로 이행되거나 이 질병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감염인들은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처절한 현실에서 감염인에게 특효약은 에이즈 완치약이 아니라 바로 사회적 지지와 이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무너질 때에야 우리는 감염인의 개인적 불운뿐 아니라 사회적 불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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