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국회의원 25명에 4·13 총선 공약,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입력 2016-07-06 22:30:06

"말 뿐인 公約 더는 안돼요"…19대 때 106개 공약, 실천은 13개 뿐

공약은 후보자와 유권자가 공적으로 맺는 '약속'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각종 공약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난 4'13 총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각종 장밋빛 공약이 남발했지만 공약 이행 여부는 미지수다.

매일신문은 6월 1일부터 30일까지 대구경북 25명의 국회의원에게 '5대 핵심공약과 소요예산 내역'이 담긴 공약예산표를 제출받아 분석했다. 전체 의원 25명이 공약예산표를 제출했다. 매일신문은 앞으로 4년 동안 25명 국회의원의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대구경북 25명의 국회의원이 내건 공약을 이행하는데 69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정부예산(386조4천억원)의 18.0%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일신문이 대구경북 국회의원 25명(대구 12명, 경북 13명)에게 '5대 핵심공약과 소요예산 내역'이 담긴 공약예산표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25명의 의원이 지역공약과 국정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 예산은 모두 69조4천313억원에 달했다.

지역공약에는 고속도로, 철도, 도시철도 등 사회간접시설(SOC) 건설이 대부분이었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자신의 5대 공약 속에 지역 개발 공약 외에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국정(國政) 공약'도 포함시켰다. 수조원이 필요한 공약을 자신이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내세운 경우도 있다.

◆대구 의원 40조8천억원 들어

대구 의원 12명이 5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 예산은 모두 40조8천418억원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대구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13조1천392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남부권 광역경제권 구축에 12조8천987억원이 든다는 밝혔다. 이 공약에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과 동서광역철도 건설이 포함돼 있다. 또 ▷청년세대 공약 370억원 ▷50대를 위한 공약 35억원 ▷금호강 미라클 1천억원 ▷진로직업체험관 조성 1천억원을 공약했다.

조원진 의원은 국정 공약으로 밀양 신공항 유치에 9조원이 들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지역공약으로 취수원 이전 4천900억원, CT공연플렉스파크 사업 1천525억원을 적었다.

하지만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로 결정 난 가운데 김부겸 의원과 조원진 의원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유승민 의원의 소요예산이 3위를 차지했다. 유 의원은 K2 공군기지 이전 추진으로 7조503억원이 든다고 적었다. 또 안심연료단지 개발 4천900억원, 제3정부전산센터 건립 4천609억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유 의원의 공약인 K2 이전도 신공항 백지화 결정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유 의원은 안심연료단지 개발은 민자로 추진하고 제3정부전산센터 건립은 국비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의원은 5대 공약으로 3조588억원이 들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김 의원은 지역 사업인 대구도시철도 4호선 조기착공에 1조5천억원, 트램 설치에 3천억원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 밖에 의원들이 낸 공약 소요예산표에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나열한 후보가 많았다.

추경호 의원은 국가산단 산업철도 연결에 1조3천700억원이 드는 등 5대 공약에 모두 2조1천881억원이 소요된다고 적었다.

정태옥 의원은 검단들 개발에 1조원이 드는 등 모두 2조61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의락 의원은 대구 의원 가운데 가장 적은 예산을 적었다. 홍 의원은 도시철도 3호선 천평역 연장 추진을 지역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추정 불가'로 적어냈다. 홍 의원이 5대 공약 가운데 예산액수를 표기한 것은 구암동 고분군 함지산 일대 관광자원화 사업 완성에 드는 220억원이 유일했다.

◆경북 의원 28조5천억원

경북 의원 13명이 5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 예산은 모두 28조5천895억원에 달했다.

김광림 의원은 ▷3대 고속철도 추진 16조4천억원 ▷3대 국도건설 완료 7천990억원 ▷3대 시민숙원도로 완료 3조9천901억원 ▷국립백신산업지원센터 설립 1천200억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구경북 25명 의원 중 가장 많은 21조3천791억원이 드는 공약을 발표했다.

김종태 의원은 지역 현안사업 및 교통 인프라 구축에 2조1천377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김석기 의원은 신라왕경복원 등 5대 공약에 1조2천150억원을 적었다.

강석호 의원은 ▷동해중부선 철도 전철화 2천410억원 ▷국도 36호선(봉화~울진) 4차로 확장 6천255억원 ▷국립 문화재보수용 목재 전문건조장 건립 2천억원 등 모두 1조1천297억원이 드는 공약을 내놨다.

경북 의원들도 공약 소요예산표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많이 나열했다.

이완영 의원은 포항~새만금 동서 3축 고속도로 중 성주~대구 구간 조기 건설에 6천390억원이 드는 등 모두 7천994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최경환 의원은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조기 개통에 2천954억원이 드는 등 5대 공약에 7천195억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특히 경산 지식산업지구 조기 완공에 1천574억원, 대구 광역권 철도망 본격 착수에 1천197억원, 남산~하양 국도 대체 우회도로 조기 개통에 1천470억원 등 국정'지역 공약이 많았다.

반면 이철우 의원은 자신의 5대 공약 예산이 '추계 불가'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5대 공약으로 ▷테러방지 및 국가안보태세 확립 ▷지방 살리기 및 국민대통합 ▷일자리창출 및 원도심 균형발전 ▷교육'문화'관광도시 ▷농업'복지를 제시했다.

최교일 의원도 예산 표기란에 미표기했다. 최 의원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교통망 구축 ▷국제적인 문화'관광 허브 조성 ▷대형 농특산물 유통센터 건립 ▷노인'여성'장애인 복지 강화 ▷기관 유치 및 대학 활성화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소요예산란은 공란으로 보냈다. 최 의원은 "각 공약은 단일 사업이 아니므로 현 시점에서 소요재원 산정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전문가들은 과도한 예산이 드는 뻥튀기식 공약은 실현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연합이 19대 총선 당선자 79명의 지역 개발 공약 106개의 이행률을 분석한 결과, 실천된 것은 전체의 12%인 13개에 불과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지난 19대 총선 직후 당선자들의 공약이행에도 667조7천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다한 예산이 드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현 선거법(66조)에는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의 경우 선거공약집을 만들거나 공약 재원 조달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네덜란드와 호주 등에서는 예산 담당 부처 산하의 독립연구소와 국회 산하 독립기관이 후보자들의 공약과 관련해 얼마나 예산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자가 요구하면 추계 작업도 해주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무분별한 지역 개발 공약을 막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에서 제시되는 무분별한 개발 공약은 선거 이후 쪽지예산, 과잉입법의 주범이 되고 균형적인 국토개발 구상을 흔들고 국가의 건전재정을 위험에 빠뜨리는 요소라는 것이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임기 동안 지키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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