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연장의 꿈', 누구나 바라는 꿈이다.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속 성장은 아니더라도 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살아남는 것이 기업의 궁극적 목표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에 불과하다. 1965년 100대 기업을 기준으로 1995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6개뿐이었다. 대구경북에서도 고희(古稀)를 넘긴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대구경북의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장수 기업의 가치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매일신문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으며 지역 기업사에 한 획을 긋는다. 지역에서는 첫 장수 언론사의 탄생이다. 이를 계기로 매일신문은 지역 장수 기업을 찾아 그들의 '장수 비결'을 다루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KK주식회사
KK주식회사(회장 박윤경)는 1927년 '대구 오일상회'로 창업했다. 대구경북 기업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지역민에게는 '경북광유'라는 이름으로 친숙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지난해 사명(社名)을 'KK(Keystone Of Korea) 주식회사'로 바꿨다. 내년이 창업 90주년이다. KK는 3대에 걸친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유류소매 및 도매 사업, 아스팔트 사업, 윤활유 사업, 아스콘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대구뿐 아니라 경주'구미'포항'김천과 경기도 안성, 강원도 원주 등에도 사업장과 저장소가 있다.
창업주는 박재관이다. 석유상회에서 일하며 착실하게 돈을 모은 그는 1927년 중구 대신동에서 대구 오일상회를 개점했다. 일제강점기 조선 사람이 대구에서 처음 연 석유 가게였다. 지금도 KK 본사에는 1940년대 말 사용하던 수동식 주유기가 전시돼 있다. 초창기에 자전거로 대구는 물론 멀리 안동까지 배달했다고 한다. 1949년 미국 텍사스 석유회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명을 경북광유로 바꾸고, 기업 수준으로 도약했다.
1969년 별세한 박재관 회장을 이어 장남인 박진희 회장이 2대 CEO에 취임했다. KK는 2대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박진희 회장은 뛰어난 경영 철학으로 28년간 경북광유를 성장시켰다. 그가 별세한 1997년에 KK의 석유 판매량은 약 360만 드럼에 이르렀다. 3대 CEO인 박윤경 회장은 1999년 부사장, 2005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부드러운 리더십과 가족 친화적 경영이 돋보인다. 그의 가업 의식은 2014년 KK 본사를 개축할 때 잘 나타났다. 주유소를 포기했더라면 훨씬 고층의 건물을 지을 수 있었지만, 박윤경 회장은 KK의 상징인 주유소를 본사 건물에서 빼지 않았다. 본사 1층에는 '갤러리 경(慶)'을 열어 시민에게 개방했다.
박 회장은 활발한 지역 경제계 활동과 사회 공헌 활동으로도 잘 알려졌다. 1'2대 회장에 이어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을 3대째 이어가고 있으며, 선친의 뜻을 받들어 대한럭비협회 회장도 역임했다. 2010년 노사문화 우수기업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2011년에는 모범여성경제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박 회장은 "선친이 '일본의 우동집도 수백 년을 이어오는데, 욕심을 안 내고 싶다'며 매번 여러 사업 제안을 물리치셨다. 저 역시 유류 유통'판매라는 KK의 본업을 지키고, 오래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풍국면 80년간 전 국민이 '호로록'
㈜풍국면(대구 북구 노원동)은 '긴 면발'처럼 83년째 국수만을 만들어온 기업이다. 193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국수면만 만들어 왔다. 전국 최초의 국수면 제조업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국수(건면) 단일공장으로 전국 매출 1위다. 현재 회사가 생산하는 각종 국수면은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납품되는 것은 물론 자체 브랜드로 국내 대형마트에 유통되고 있다. '국수의 고향은 대구'라는 이미지도 이 회사가 만들어 낸 대구의 자랑거리다.
풍국면 일반 국수(소면, 중면, 칼국수)를 비롯해 지난 2012년부터는 고급 밀가루를 사용한 다복면을 주요 제품으로 개발'시판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색깔국수를 내놨다. 단호박'흑미'쑥 등 인공원물로 국수에 색을 입혔다.
풍국면 최익진 대표는 국수면을 80년 넘게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우동이나 냉면의 경우 수분이 많이 포함된 채 유통되기 때문에 보존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칼국수 역시 소금을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어 별다른 화학적 변화가 없으며 보존제가 필요없는 순수한 재료입니다."
위기도 있었다. 1970년대 라면이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하면서다. 위기를 맞은 풍국면은 1978년 사명을 현재의 '풍국면'으로 변경하면서 제2의 도약을 시도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상품 개발과 설비 등에 과감히 투자하는 등 고객에게 건강하고 차별화된 국수를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2003년에는 기존 고정식 건조 방법에서 자동이행 건조 방식으로 변경해 생산 시스템을 '확' 바꿨다.
지난 83년간 소비자의 입맛을 놓치지 않았다. 좋은 원료만을 고집하는 '경주 최씨 양반가'의 외고집이 있어 가능했다.
그 고집과 맛은 대(代)를 잇고 있다. 지난해 창업주인 최정수 대표가 타계한 후 최익진 대표가 맛을 책임지고 있다.
'절대 밀가루 나쁜 것 쓰지 마라' '회사가 망하더라도 종업원 월급은 미루지 마라'는 선친이 남긴 두 가지 유언을 최 대표는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원칙을 꾸준히 지켜 나가는 것이 풍국면이 83년 동안 장수한 비결이 아닐까요. 좋은 원료만을 고집하는 최씨 고집으로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국수를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면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소비자에 대한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최 대표의 모습에서 100년기업으로서의 단단함이 엿보인다. 풍국면 제품은 개인 구입도 가능하다. 박스 단위의 경우 전화(053-356-4461)로 주문만 하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어디서든지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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