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 모여 앉은 남자들이 잘하는 흰소리들에 결혼과 아내들 얘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안줏거리로 이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도 없다. 옛날에 들은 이야기 가운데 이런 게 있다. 한 회사 후배가 노상 늘어놓던 말이다. 누구든 결혼 생활은 10년 이상 못 하게 하도록 법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은 하되 그 기간을 10년 만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만약 부부가 10년을 함께 산 다음 더 살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징역 3년에 처하도록 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그 자리에 있던 뭇 남편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너나없이 사람들 생각이 비슷한 모양이다. 여자들이라고 다를 바가 어디 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리 어여쁘고 아름답고 정숙하고 착한 아내와 살고 있는 사람도 별로 다른 것 같지 않은 모양이다. 반대로 아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게고. 나이가 들고 결혼의 연륜이 쌓일수록 남편이 귀찮아지는 게 여자들이라지 않는가.
남자나 여자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왜 제도는 바뀌지 않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의 뜻대로 살지 못하고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가 되어버린 것일까.
'졸혼'(卒婚)이라는 말이 요즘 일본에서는 유행인 모양이다. 2000년대 초반 한 일본작가가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한 단어인데, 최근 60대의 한 인기 연예인이 졸혼을 선언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단다. 법적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면에서는 이혼과 다르고 아예 남남처럼 서로 돌보지 않는 별거와도 구별된다. 비록 함께 살지는 않으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만나 서로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기도 하고 정신적 유대관계도 이어가는 것이다. 성장한 자녀를 모두 독립시키고 부부 두 사람만이 남았을 때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이다.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결혼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앞에서 소개한 '10년 후 강제이혼법'보다는 한결 인간적인 면이 강조된 듯해서 기분이 좋다.
'가부장적 일부일처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결혼 제도이다. 경제적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부장인 남편과 한 아내가 평생토록 함께 살아가는 제도이다. 역사적으로는 3천 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인류 역사 200만 년 중에서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몰라보게 향상된 현대사회에서는 그 존재가치가 점차 훼손되어 가고 있다. 경제적 실권이 점차 여성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데, 여성들로서는 더 이상 일부일처제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언젠가 여성들이 먼저 일부일처제 굴레를 던져버릴 날이 올 수도 있다. 가부장이라고 떠받들던 남편이 점점 귀찮아(?)질지도 모른다. 이 땅의 수많은 남편들이여, 그전에 졸혼이라도 생각해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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