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수면보조제 '졸피뎀'이 각종 범죄에악용되고 있다. 환각 증세를 일으켜 연쇄 교통사고를 내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잇따른다. 과다하게 복용하면 자살 충동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졸피뎀뿐 아니라 모든 수면제가 범죄를 유발한다는 것은 오래된 얘기다. 다만, 졸피뎀은 워낙 보편적으로 쓰이고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많아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틸녹스'로 불리는 졸피뎀은 효능이 빠르게 나타나고 체내에서 신속하게 배출되는 장점이 있다. 정량을 어겼을 때 부작용도 만만찮다.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거나 과용하면 기억을 잃거나 환각 증상까지 일으킨다.
이런 위험에도 인터넷에서는 졸피뎀이 불법으로 유통돼 과다 복용이나 범죄 악용 사례가 잦다.
작년 1월 물티슈 업체 몽드드 전 대표 유모(34)씨는 의사 처방 없이 구한 졸피뎀을 복용하고서 연쇄 교통사고를 냈다. 서울 강남 일대 대로에서 차량을 몰다 여러 차량을 들이박았다. 사고 직후 남의 차를 훔쳐 타고 달아나기도 했다.
2013년에는 30대 성형외과 의사가 졸피뎀을 성범죄에 악용했다 구속됐다. 클럽에서 만난 여성에게 졸피뎀을 몰래 탄 칵테일을 먹여 성폭행한 것이다.
40대 카페 주인은 여성 종업원 15명에게 졸피뎀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정신을 잃으면 성폭행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졸피뎀이 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많아져 암거래도 빈번해졌다.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은밀하게 거래하는 탓에 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다.
졸피뎀 부작용으로 자살 사건이 생겼다는 주장도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흉부외과)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졸피뎀에 중독된 20대 여성의 비극을 소개했다. 이 여성은 환각 상태에서 폭식, 운전, 자해 등 이상 행동을 계속한 끝에 결국 유서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글이다.
노 전 회장은 "졸피뎀의 부작용 중 자살 충동은 드물게 일어나는 부작용으로 알려졌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며 "외국에는 졸피뎀과 자살 충동 간 연관성을 다룬 자료가 많다"고 역설했다.
상당수 정신과 전문의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일 "스틸녹스가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것은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며 "불면증은 흔한 증상이고 원인은 다양한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이나 신체적 질환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진짜 원인에 초점을 맞춰 치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노 전 회장 글에 소개된 사례처럼 수십 알을 복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다만 의존증에 빠질 수 있으니 규제를 잘해야 하고 처방에 신중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한 국립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자살 충동이 없던 사람이 수면제 복용으로 충동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우울하고 자살 성향이 있는데 치료는 안 받고 수면제만 처방받아 복용하다 몽롱한 상태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를 수 있지만, 수면제 복용으로 자살 충동이 높아진다는 논리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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