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입력 2016-07-04 19:07:47

이창우 변호사·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장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모든 국민은 법에 쉽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사법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변호사 수가 적었고, 비싼 수임료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1987년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설립되었다. 현재 전국 130개 기관에서 변호사(공익법무관 포함)를 포함한 1천여 명의 법률전문가들이 법을 모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법에 접근할 수 없는 국민들을 위해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150만 건의 상담과 17만 건의 소송을 수행하며 국민의 법률복지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김모 씨는 다세대주택을 임차하게 되었는데, 관리인이 집주인을 대신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월세로 임대하라는 집주인의 위임 범위를 넘어 다세대주택 전체를 전세로 계약한 후 임차인으로부터 수령한 전세보증금을 가지고 도망가 버렸다. 전세보증금은 김모 씨의 전 재산이었고 집주인으로부터 주택을 인도하라는 소송까지 당하게 되었다.

심정적으로 생각하면 김모 씨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집을 인도해 주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임차인과 집주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동정심으로 법적 분쟁이 해결될 수는 없다. 재판은 당사자가 제출하는 증거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 사실관계를 법률에 적용해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만약, 김모 씨에게 변호사가 없다면 제대로 재판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다행스럽게도 공단은 김모 씨를 대리해 사건 변론을 맡았다. 집주인이 관리인에게 월세로 특정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이 작성된 사실, 김모 씨가 그 위임장을 수령하면서 관리인에게 전세로 임대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사실을 입증해 승소판결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분쟁은 이웃사촌도 원수로 만들어 버린다. 영천에 살고 있는 이모 씨는 큰 도로로 통행을 하면서 이웃 소유의 토지를 자유롭게 이용하였다. 이웃사촌으로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이모 씨의 통행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웃은 토지를 도시에 사는 박모 씨에게 팔고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새로 토지를 매수해 소유자가 된 박모 씨는 이모 씨가 더 이상 자신의 토지를 통행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모 씨와 박모 씨의 갈등이 커졌고 박모 씨는 자신의 토지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모 씨는 공단을 찾아 주위토지통행권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위임하였고, 공단을 통해서 소가 제기되어 재판이 시작되었다. 현장검증, 측량감정 등을 통해서 소송이 진행되었고 다행스럽게도 분쟁은 조정으로 해결되었다. 원수가 될 수 있었던 이모, 박모 씨는 법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하고 다시 정다운 이웃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공단은 중위소득 125% 이하(3인 가구 기준 447만원)의 국민에 대해서는 일반 변호사보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출연기관이 요청한 일부 대상자에 대해서는 전액 무료로 소송을 대리한다. 소송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 부처나 금융기관의 출연금으로 충당한다. 안타깝게도 장기적인 저금리로 공단의 최대 출연 재원인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의 출연금이 급감해 지원대상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여러 민간단체들이 사회공헌활동으로 기금을 출연하여 법률지원사업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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