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매시장 새 불씨 '시장도매인제'

입력 2016-07-03 18:08:10

상장도매이제와 병행 계획, 중도매인 "찬성" 법인 "반대"…대구시 '상인들 입장 달라'

이번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대구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 용역 논란에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둘러싼 중도매인과 도매시장법인 사이의 갈등도 포함돼 있다.

대구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은 시장도매인제를 도입, 기존 상장경매제와 병행하자고 주장해 왔다. 중도매인이란 농수산물 도매시장'공판장에 상장된 경매를 통해 소매상에 중개하는 상인이다. 시장도매인제는 도매시장법인 외에도 시장도매인으로 등록된 상인(주로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한 뒤 경매 과정 없이 시장에서 소매상에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앞서 2004년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 서울 강서시장은 13만2천㎡ 부지에 경매제 시장이, 6만6천㎡ 부지에 시장도매인제 시장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곳 시장도매인제 시장에서는 한 주체가 수집과 분산을 모두 수행하는 만큼 유통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었고 신선한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농산물 반입 후 하차'진열하는 시간이 다소 들고, 수의매매의 특성상 농산물 수급 상황이 변할 때마다 일정'가격을 협의하는 기간이 추가되고 있다. 반대로 상장경매제 시장에서는 시장도매인제의 거래시간보다 훨씬 긴 경매 대기시간이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강서시장에서는 경매제 시장과 시장도매인제의 물량이 서로 이동하며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대구시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이전) 타당성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최종보고를 인용해 대구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대구도매시장은 1988년 개장한 이후 줄곧 상장경매제를 적용해 왔다. 이곳 유통체계는 '출하자-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소매상'으로 나뉜다. 상장경매제는 산지로부터 농산물을 수집한 도매시장법인이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물량을 분산하는 구조다. 시장도매인제를 반대하는 도매시장법인들은 이런 제도가 대구도매시장의 매매 질서를 해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개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상장경매제와 달리 시장도매인제는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고, 대금 결제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도매인이 되려는 중도매인이 늘면 경매가격이 하락해 전국의 가격 기준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경매는 농산물 물량이 평소보다 조금만 많거나 부족해도 가격이 폭등'폭락한다. 반면 시장도매인제는 출하자와 소매상인을 수의매매식으로 이어주기 때문에 상호 신뢰를 위해서라도 가격'결제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며 "경매제도로는 산지 직거래와 직구를 선호하는 오늘날의 구매자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새로운 거래제도를 병행해 기존 제도와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대구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 논의부터 마무리 지은 뒤 시장도매인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도매시장의 이전 또는 재건축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이전 후보지에 대해서도 상인들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보니 지금 거래제도 도입 논의는 시기상조다. 시설 현대화에 대한 입장을 확정한 후 상인들과 함께 거래제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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