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通] 이상원 뉴컴퍼니 대표

입력 2016-07-01 22:30:06

대구 뮤지컬 '미용명가' 한·중 합작 영화로 한국 측 감독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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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영화 '미용명가'로 돌아온 이상원 뉴컴퍼니 대표는 영화의 성공을 통해 대구경북의 공연문화는 물론 관광산업의 대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우리나라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한'중 합작영화가 사상 처음으로 제작된다. 대구에서 이뤄낸 일이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산 뮤지컬 '미용명가'가 중국 버전 뮤지컬인 '메이파밍자'(美髮名家)로 만들어져 중국에서 50여 회 공연된 데 이어 다시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내년 2월 중국 전역에서 상영될 이 영화는 미용명가를 제작한 이상원(55) 뉴컴퍼니 대표가 한국 쪽 감독을 맡아 오는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국내 배우 캐스팅 및 촬영지 섭외를 위해 대구를 찾은 이 대표를 지난달 24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 영화가 연 관객 10억 명 규모의 중국 영화시장에서 선전할 경우 대구경북이 한류열풍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화로 빛나는 대구산 뮤지컬

'미용명가'는 이상원 뉴컴퍼니 대표(전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가 지난 2010년 제작한 대구산(産) 창작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300여 회 공연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미용실을 배경으로 젊은 남녀의 사랑과 꿈을 그린 작품. 이 대표는 "영화도 뮤지컬의 큰 줄거리를 따르고 있다. 다만 중국인의 정서에 맞게 시나리오를 각색했으며, 중국인 여자 주인공과 한국인 남자 유학생을 등장시켜 한'중 젊은이들의 국경과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줄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중국의 생소한 문화를 양념으로 골고루 영화 속에 버무려 로맨틱 영화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제작된 뮤지컬이 해외에서 영화로 재탄생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책임감이 무겁다고 했다. "대구에서 생산된 공연물이 거대한 문화시장인 중국에서, 또 문화산업의 종착지인 영화로 제작돼 무척 기뻐요. 수년간 중국에서 혈혈단신으로 뛰어다니며 그곳 예술인들에게 예술을 통한 진정성을 보여줬는데, 그것이 통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많은 국내 예술인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영화가 개봉되고 '영화 잘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 1년 동안 영화 공부에 매진했다.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지역을 대표하는 연극인이지만, 영화라는 장르는 생소할 터여서 다소 걱정이 앞섰다. "연극은 무대를 통해 표현되고,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투사됩니다. 그 속에 배우가 있고, 조명이 있으며, 분장, 의상, 음악, 무대장치, 소품 등이 있지요. 결국 표현양식이 다를 뿐 관객의 정서와 의식에 호소하고,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같다고 생각해요. 또 대구과학대학 방송연예과 교수로 10여 년 재직했기에 영화라는 장르가 낯설지는 않지요."

특히 이 대표는 "이번 영화는 한'중 합작으로 중국에서 상영되는데, 그동안 중국에 살면서 체득한 그 나라 국민정서는 그 어떤 영화감독보다 제가 더 잘 알 거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도전은 항상 배가 고프다

대구시립극단 제2대 예술감독을 역임한 이 대표는 지역 문화계에서는 '도전'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초대 이영규 예술감독 시절, 시립극단은 대부분 고전작품 위주였다. 이후 부임한 이 대표는 여기에 창작과 뮤지컬을 등장시켰다. 2000년대 초'중반 국내에서는 뮤지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대표는 "시립극단은 다른 민간극단에 비해 월등한 재정과 행정편의 등을 세금으로 지원받는다. 결국 시민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도전은 시립극단밖에 할 수 없다"면서 "시립극단을 이끌면서 새로운 분야를 도전했고, 많은 실험도 했다. 당시 인기 장르였던 뮤지컬도 그렇게 뛰어들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창작물 초연에 대한 목마름은 이 대표가 항상 갈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창작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다. 대구에서 숱한 화제를 뿌린 뒤, 이 대표는 배우들과 함께 '만화방 미숙이'를 들고 서울에 진출했다. 힘들고 험난한 도전이었지만 대학로에서 장기공연을 이어나갔다. 대구 토종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공연 메카인 대학로도 관객이 급감하더군요. 매달 문 닫는 공연장이 줄을 이었어요. 공급 과잉과 새로운 공연 콘텐츠 부재는 관객들을 공연시장에서 점점 멀어지게 했지요."

이 대표는 이후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 수입 대형 뮤지컬만이 공연시장을 지탱하는 현실에서 국내에서는 더는 승부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문화관광 거대시장 중국으로

"중국은 최근 '中國夢'이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문화분야 예산을 증액하고 있어요. 지난해 베이징의 공연시장 규모는 2천500억원이었으며, 공연시장은 매년 17%씩 성장해 2020년에는 20조원 규모의 매출을 예상하는 등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지요."

이 대표는 2012년 중국으로 훌쩍 떠났다. 자신이 만든 창작뮤지컬 '미용명가'의 중국 버전인 '메이파밍자'를 중국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상하이, 난징 등지에서 50여 차례 공연으로 중국 현지의 3만 관객과 만났다. 그는 "중국판으로 제작될 때 중국인 정서와 웃음코드에 맞추는 등 작품의 현지화가 주효했다"면서 "이 뮤지컬이 현지인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영화화로 이어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해 9월 강소성연극단이 항일승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연극 공연에 이 대표를 초청하면서 물꼬를 텄다. 중국 연출가인 웬진핑(袁俊平) 씨가 이 대표에게 '미용명가'를 영화로 제작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 것. "자신이 중국 쪽 감독을 맡을 테니, 나보고 한국 쪽 감독을 맡아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결국 60억원이라는 제작비와 베이징화산쯔이영화사, 저장다오훠영화사, 중국 중앙방송 CCTV의 영화채널 'CCTV6'가 함께 제작에 참여하게 됐지요."

이 대표는 중국인의 정서에 맞게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중국인 여자 주인공과 한국인 남자 유학생 등을 등장시켜 한'중 젊은이들의 국경과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이 대표는 "남자 주인공 '최원훈' 역에는 국내 유명 20대 배우들이 거론되고 있으며, 여자 주인공 '리사' 역에는 중국의 20대 배우가 맡을 예정"이라며, "국내 뮤지컬이 해외에서 영화로 제작되는 만큼 한국 문화산업의 새로운 성공사례로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찍을 각오"라고 말했다.

◆이상원 대표는?

1960년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 영남고를 졸업했다. 계명대를 졸업한 뒤 중앙대에서 연극학 석사, 상명대에서 연극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 졸업 후 지역 극단인 '처용'에서 활동하다, 대구시립극단 제2대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이후 대구과학대학 교수로 강단에 섰다. 현재 극단 뉴컴퍼니 대표와 중국강소성연극단 외국인감독, 중국후베이성 이창시 컨딩문화공사 한류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 문화계 최고 히트문화상품인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를 제작'연출했으며, '미용명가'를 연출한 뒤 이번에 한'중 합작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대구컬러풀축제 총감독과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폐회식 연출 등 지역의 대형행사에 그의 손길이 닿는 등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인이다. 대한민국 문화포장, 대한민국연극대상 창작뮤지컬상, 금복문화상, 전국연극제 연출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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