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통신] 황 총리의 기수를 돌려라

입력 2016-06-30 19:38:03

황교안 국무총리가 최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면서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반드시 투표는 하겠다"고 말했다. 유권자인지 피선거권자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대선 출마 여운을 남긴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는 또 현재 차기 대선에서 여권 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제일 많이 만난 국내 정계 인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황 총리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반 총장과 국내 연결 고리 역할을 부정하지 않았다. 황 총리의 감춰진 꿈이 킹이 됐든, 킹메이커가 됐든 현재로선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번 중국 방문도 연장선에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를 차례로 만나 서해에 득실거리는 중국 불법 어선 조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과 지리적'정치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동북3성을 방문한 것이다. 동북3성의 경우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어 이곳을 방문한 국내 국무총리급은 황 총리가 처음이다. 방문 직전 황 총리는 "동북3성에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고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으니 정부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총리의 중국 방문을 종합하면, 불법조업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내 어민들의 표심을 샀고, 중국 재외국민의 표심도 자극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팎의 표를 모두 노렸다는 해석인 셈이다.

하지만 황 총리는 정작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영남권 신공항이다. 백지화로 들끓고 있는 영남권 표심을 무시한 채 해외로만 눈길을 돌린 것은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선거인 수로만 보더라도 다음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중국 전체의 재외국민 투표자는 4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영남권 5개 시도의 선거인명부 수는 무려 1천100만 표에 달한다.

대구경북은 '믿고 기다려 달라'는 정부의 말만 믿고 신공항 용역 결과 발표 직전까지 정부만 순진하게 바라봤다. 억지도, 편협한 논리도 전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 총리는 갑자기 신활주로 건설안이 신공항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배신의 정치' 선봉에 서버렸다.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진 영남권은 용역 결과 조사단을 꾸리는가 하면 정치성 개입 여부를 따지면서 새로운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던 황 총리의 말처럼 현장으로 직접 내려가 정부안을 설득하든지,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든지, 탈락 지역 배려안을 제시하든지 그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중국에서 돌아오는 황 총리의 30일 귀국 행로는 대구공항이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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