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낙동강 오리알 '대구경북'

입력 2016-06-29 20:29:19

영남권 신공항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대구경북민의 분노와 좌절이 크고 깊다. 정부의 백지화 발표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할 말을 잊었다. 말문이 막힌 심정은 22일 자 매일신문 1면 백지 게재로 나타났다.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는, 절절하고 참담한 심정을 '무개념' 박근혜정부와 서울공화국주의자, 부산공화국주의자는 결코 알 수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다른 현실에 막막함이 더해 온다.

영남권 신공항은 서울공화국주의자들 생각처럼 단순히 해외여행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쓸데없는 국고 낭비' 사업이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화와 집중화는 이미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이 한계에 다다랐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규모의 비경제로 온갖 사회'경제적 문제가 생겨나고 있는 수도권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경제권의 활성화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축은 우리나라 제2의 경제권인 영남권과 상대적으로 침체하고 있는 남부경제권이 되어야 한다.

제2의 관문공항으로서 영남권 신공항은 21세기 남부경제권 구축의 교두보이자 출발점이다. 대구경북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지식경제시대에 걸맞게 배후 산업단지를 업그레이드하고, 교육과 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세계와 함께 호흡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비전을 품었다. 대구경북의 비전을 '핌피'(지역이기주의)로 왜곡하는 일부 서울 언론의 주장과 달리, 애초부터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독선과 아집은 없었다. 대구경북의 발전 못지않게 부산과 경남, 울산 등 다른 인접 도시의 발전도 중요하고, 서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기타 지방도시들이 독자적 역량만으로 세계도시로 성장하겠다는 꿈은 망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경북은 대구경북 지역이 아닌 경남 밀양을 '제2 관문공항 후보지'로 지지했다. 밀양은 지리적으로 대구보다 오히려 부산에 더 가깝고, 울산에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영남권 전체가 '상생'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최적지로 여겨졌다. 그런데 국가백년대계를 준비하고 상생과 포용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던 대구경북민의 충정은 '가덕도 아니면 안 된다'는 부산의 막무가내식 억지로 참담하게 짓밟히고 말았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극단적 부산의 고집이 3무(無: 무개념'무원칙'무책임) 박근혜정부와 서울공화국주의자들에게 신공항 무산의 빌미를 준 셈이다. 김해공항 확장이 신공항이라는 후안무치식 발언에 기가 막힐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도권 교통 개선을 위해 70조원 넘는 투자 계획은 당연시하면서 지방에 대한 투자는 무조건 비하'폄하하는 서울공화국주의와, 어쭙잖게 서울공화국주의를 흉내 내는 부산공화국주의의 틈바구니 속에서 대구경북은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대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서울공화국주의는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의 발목을 잡을 것이며, 부산공화국주의가 결국에는 부산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임을. 경북은 허리 경제권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지만, 경북의 주축인 중'남부와 동부지역은 대구와 순망치한의 공동운명체이다.

영남권 신공항 및 제2 관문공항 논란은 앞으로도 쉽게 숙지지 않을 전망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언젠가는 제2의 관문공항이 남부권에 생길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마냥 공항 논란이나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대구와 경북이 자체 역량을 결집하고 더 키워야만 우리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 스스로 힘을 키워야 미운 오리알 신세를 벗고 백조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다. 고민은 대구경북이 현재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치맛자락 붙잡고 주변 눈치를 살피는 코흘리개 어린아이의 모습이 지역 정치권이라면 지나칠까. 시'도민의 좌절과 분노만이 지역 정치권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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