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삼성 라이온즈 추락, 왜?]<상>동기부여 안 되는 선수단

입력 2016-06-27 21:06:56

메리트 사라져 투지 상실, 도박 파문에 팀워크 금가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좌불안석이다. 26일 kt와의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고심하는 류 감독의 모습.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좌불안석이다. 26일 kt와의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고심하는 류 감독의 모습.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삼성 라이온즈가 KBO 리그 정규시즌에서 좀처럼 하위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단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성적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삼성이 올해 부진에 빠진 원인을 3차례에 걸쳐 구단 내'외부에서 찾아봤다.

①동기 부여 안 되는 선수단…우승 후유증인가

②전문성 부족한 프런트…5연패 주역 뭐하나

③구단 수뇌부, 야구단 경영 의지 있나

프로야구 무대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1등이 낯설지 않은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언제 꼴찌로 추락할지 몰라 불안한 상태다. 그만큼 팬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수단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팀이 이렇게 됐을까.

우선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투수 장원삼'차우찬'안지만'심창민, 타자 박한이'조동찬'김상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가 합류했다. 타선의 핵 구자욱은 지난달 28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는데 아직 복귀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도 뼈아프다. 투수 앨런 웹스터는 종아리 부상, 아놀드 레온은 어깨 통증으로 재활 중이다. 발목이 좋지 않은 타자 아롬 발디리스도 보이지 않는다. 웹스터는 이달 5일, 콜린 벨레스터의 대체 선수 레온은 지난달 26일, 발디리스는 지난달 4일이 마지막 1군 경기였다.

구단 관계자 A씨는 "1위인 두산만 해도 더스틴 니퍼트가 10승, 마이클 보우덴이 9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삼성은 웹스터만 4승을 거뒀을 뿐이다"며 "타선의 핵인 야마이코 나바로와 박석민, 마무리 임창용이 팀을 떠난 데다 프런트가 외국인 선수 농사에 실패했으니 시즌을 꾸려가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부진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그 중 하나는 메리트가 사라져 선수단에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KBO 리그에선 연봉 외에 메리트 형식의 보너스(승리수당)가 관행적으로 지급됐는데 올해부터 전면 금지됐다. 삼성의 경우 그동안 리그 최고 수준의 메리트가 주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방송 해설위원 B씨는 "모든 구단에 메리트가 없어졌지만 삼성의 메리트 규모가 다른 구단보다 컸기 때문에 삼성 선수들의 상실감도 더 클 것"이라며 "그래도 명가의 자존심과 응원하는 팬들을 생각할 때 선수들의 투지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선수단의 힘이 한군데로 모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카리스마를 갖춘 선수가 구심점이 돼 분위기를 추슬러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할 선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구계 인사 C씨는 "주축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과 깔끔하지 못한 대처 과정도 선수단을 흔들리게 한 요소라고 본다"며 "팀이 잘 나갈 때와 달리 힘들 때는 작은 문제들로 팀워크에 균열이 가고, 그것이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류중일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방송 해설위원 D씨는 "지금은 안정기가 아니라 난세여서 류 감독도 지금까지와 달리 좀 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올해 3년 계약이 끝나는 류 감독의 재계약 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것도 선수단 내부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