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먹통' 시내버스 전광판 두 번 다시 되풀이 말아야

입력 2016-06-19 21:11:04

대구시가 전산 전문가를 동원해 지난 4월 26일부터 사흘간 작동을 멈췄던 대구 시내버스 안내 시스템(BMS)의 고장 원인 감사를 벌였지만 결국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대구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버스 정류장 안내기 대수(1천2대)를 고려하지 않은 데다 신규 백업 프로그램을 설치하면서 규정을 어겨 소프트웨어가 처리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했다.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대구시가 시스템 설치 과정상 허점과 관리 소홀, 작업 규정 미준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구입 적격 심사 부당 처리 등 문제점을 밝혀낸 것은 긍정적이다. 시가 담당 팀장과 담당자를 직위해제하고 담당 과장은 대기발령 조치하는 등 6명을 문책하고, 사업 예산 편성 과정, 입찰 낙찰자 결정 과정에서 업체와 유착 의혹이 있는 BMS 업무 담당자를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감사를 통해 민낯을 드러낸 BMS 설치 및 운영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1천 개가 넘는 대구 시내버스 정류장 안내기 대수를 고려하지 않고 애초 300~500개 정류장을 기준으로 응용 소프트웨어를 설계한 근시안도 문제고, 시내버스 운행 시간이 종료된 후에 해야 할 백업 작업을 운행 중에 해 오류를 일으키게 한 무개념도 어이없다. 담당 공무원이 프로그램 교체에 앞서 업체와 정보를 공유하고, 실적을 부풀려 낙찰까지 이르도록 했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는다.

대구 시내버스는 연간 2억8천만~2억9천만 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다. 교통수단별 수송 분담률이 21%를 넘어선다. 공무원의 무사안일 또는 비리로 시내버스 전광판이 사흘이나 멈춰 승객들이 겪은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으니 전광판 고장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대구시가 추정한 고장의 원인을 고치기로 한 것과 관련 공무원에 대해 과감히 책임을 묻고 이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누구든 시민의 입장에서 책임 행정을 하지 않는다면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다시는 먹통 시내버스 전광판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대구시의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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