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 상담실에서] 이미지와 실체 사이에서

입력 2016-06-19 18:37:16

지난 3월 대교협 상담교사로서 발대식에 참여하였는데, 대입정보포털 '어디가'(adiga) 개통 행사를 겸하고 있었다. 교육부총리까지 참석한 발대식에서 여러 관계자들은 사이트의 유용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특히 모든 대학의 입학 성적을 공개하여 대학 및 학과 선택 과정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진학 상담에서 학생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가 합격자 성적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본질적인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진로전담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진로를 열어가는 수단으로 진학을 생각하도록 지도하지만, 막상 진학 현장에서는 성적에 매몰되어 대학 위주의 선택이 많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 분야가 진로 목표인 학생이 진학에서 대학 선택은 본인의 교과'비교과의 준비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평소에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중위권 대학을 희망하던 학생이 기계공학을 고수하기 위해 지방 중위권으로 대학 선택을 바꾸어야 할 때, 본인과 주위의 생각은 대체로 어떤가? 상위권 대학으로의 진학이 유리하리라는 기대 속에 진로 목표는 간데없고 학과를 변경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런 현실에서 모든 대학의 입학 성적이 공개되면 수시전형마저도 성적 위주의 진학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상담에서 이미지와 실체를 생각하는 때가 많다. 이미지는 남들의 생각을 염두에 두고 성적 위주로 좋은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동기를 말한다면, 실체는 자신의 자아, 진로, 적성, 흥미에 맞는 학과 중심의 선택을 표현한 것으로 가정하는 말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이미지에 사로잡혀 진로가 묻혀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학부모와 함께 하는 상담에서 이미지(대학)를 버리고 실체(학과)를 선택하도록 하는 일이 때로 힘들다. 나부터도 내 아이가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했으면 했었다. 좋은 이미지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적당히 외모를 가꾸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에서부터 남다른 용기와 비전, 좋은 인성 등의 이미지로 행복감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선택과 판단의 주된 근거가 이미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담교사가 학생들을 도와야 하는 부분이지만, 공개된 입학 성적 자료로 성적 위주의 선택이 용이하게 된 상황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과 중심의 선택을 도우는 일이 더욱 힘들게 되었다.

그러면 상담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으로는 대학과 학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여전히 진학 성적을 가장 궁금해하지만, 대학 나름의 역사, 학과의 유래를 비롯하여 지역사회와의 관계성, 대학 내 관계자들의 역량 및 학과나 대학이 지향하는 바, 전망 등의 내용을 접할 수 있으면 더욱 성공적인 진학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직업 분야의 전문성을 더한다면 금상첨화이겠다. 이러면 일이 많아져 동료 상담교사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정보로 진학 과정에서 수월성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 있으나, 있는 정보를 엮어내고 보태 유의미한 그 나름의 내용을 제시하는 상담교사는 이미지에 흔들리는 많은 선택을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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