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 1963 발칙한 혁명

입력 2016-06-17 18:08:57

기성문화에 저항 세상 뒤집은 젊은이들

여성학자 베티 프리단과 그의 책
여성학자 베티 프리단과 그의 책 '여성의 신비'(1963).
1963년 1월 13일 BBC에 출연해 1집 앨범 수록곡
1963년 1월 13일 BBC에 출연해 1집 앨범 수록곡 '플리즈 플리즈 미'를 부른 비틀스.

패션지 '보그'의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1963년을 가리켜 '젊은이 반란의 해'(the year of the youthquake)라고 했다. 그해 청년들이 연쇄적으로 일으킨 문화 반란은 혁명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 영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때 세계의 문화 색채가 확 바뀌었다.

음악계만 봐도 그랬다. 1963년 1월 13일 아직 보이 밴드에 불과했던 '비틀스'가 1집 앨범 수록곡 '플리즈 플리즈 미'로 영국 BBC 방송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당시 무명이었던 '밥 딜런'도 BBC에서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in the wind)을 부르며 방송 데뷔를 했다. 그해 에릭 클랩튼은 밴드 '야드버즈'를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영국 왕립음악원에 다니던 '엘튼 존'도 1963년 졸업을 코앞에 두고 학교를 뛰쳐나왔다. '스티비 원더'는 같은 해 1집 '핑거팁스'를 발매하며 역사적인 데뷔를 했다. 이들 말고도 '롤링 스톤스' '데이비드 보위' '비치 보이스' '슈프림스' '폴 사이먼' 등 지금은 전설이 된 여러 뮤지션들이 1963년을 출발점 내지는 전환점으로 삼았다.

음악을 필두로 1963년은 기성문화에 대한 저항으로 가득 채워졌다. 거리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젊은 여성들과 그들을 욕하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패션 디자이너 '메리 퀀트'는 치맛단을 15㎝ 또는 그보다 더 많이 잘라내 버리며 미니스커트를 창시했다. 헤어 디자이너 비달 사순은 자신이 처음 선보인 보브컷 헤어스타일을 한 모델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혀 무대에 세웠다. 1963년에 이뤄진 역사적인 협업이다.

불과 1년 사이에 바뀐 것은 패션뿐만이 아니었다. 사랑의 풍경을 바꾼 것은 피임약이었다. 여성학자 '베티 프리단'이 1963년 펴낸 '여성의 신비'의 영향으로 여성들은 피임약을 쉽게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수많은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에서 벗어나게 됐다. 전통적인 성의 속박에서 탈출하게 된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은 '전통'이라고 불리는 낡은 관습과 방식에 맞섰다. 한 예로 예술학교에 다니던 미술가 '앤디 워홀'은 수업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실험적 작품을 본격적으로 내놨다. 196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앤디 워홀은 그다음 해 미국 뉴욕으로 가 스튜디오 '팩토리'를 짓고 본격적으로 거장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영화와 출판 분야에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살갗에 붙어 있던 '검열'이라는 이름의 거머리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는 1963년 '경멸'(Contempt)을 내놓으며 검열 제도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문화 얘기만 할 게 아니다. 1963년 이전에는 소수만이 관심을 갖고 투쟁의 이유로 삼았던 베트남전쟁, 핵무기 경쟁, 페미니즘, 시민권, 식민주의, 자본주의 등의 소재가 1963년을 기점으로 세계 곳곳의 거리와 대학으로 퍼졌다. 이후 치열한 논의 또는 운동 내지는 혁명이 이어졌다.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때 등장한 세대에 대해 "혁명의 순간은 기존 제도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기존 제도에 너무 만족해하는 사람들도 끌어모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책의 번역을 맡은 김경주 시인은 "책에는 20세기에 펼쳐진 새로운 해방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 언론운동, 반핵평화운동, 인권운동에 대한 뜨거운 르포들로 가득하다. 혼란과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이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 책은 책으로 구현한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일간지 편집장이자 20여 년간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활약한 로빈 모건과 인기 저널리스트 아리엘 리브가 1960년대를 대표하는 사회 인사 48인을 직접 인터뷰해 엮었기 때문이다. 책은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기술이 아닌, 생생하고 또 세세한 구술의 나열로 구성돼 있어 '색다른'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또 비틀즈 1집 녹음 현장과 롤링스톤즈의 방송 첫 출연 장면 등을 담고 있는 희귀 사진 57점을 수록하고 있어 '알찬'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456쪽, 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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