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라는 명언을 남겼다. 영화 속에 비친 남북 관계 역시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웃음을 자아낸다. 70년이 넘은 분단의 세월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영화들은 우리 사회의 대북 인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1980년대까지 이어진 '반공'
분단 상황에서 비롯된 다양한 삶을 그린 영화를 일컫는 '분단 영화'라는 장르는 1940년대 후반 처음 등장했다. 반공 색채를 띤 다수의 영화가 정부 지원 아래 제작되기도 했다. 1966년 대종상에 처음 등장한 '반공영화상'은 1987년까지도 명맥을 유지했다.
최초의 분단 영화로는 1949년 '성벽을 뚫고'(한형모 감독)가 꼽힌다.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대학 동창이자 처남 매부 사이인 두 주인공의 이데올로기 갈등을 그린 영화로 1년 뒤 닥칠 전쟁의 비극을 예견했다. 가수 현인이 특별출연했으며, 흥행도 성공했다.
한국전쟁 직후는 분단 영화의 전성기였다. 전쟁의 현실 속에서 인간애를 부각시킨 걸작들이 많았다. 휴전 후 지리산에 남은 빨치산을 소재로 한 '피아골'(이강천 감독'1955년)이 대표적이다. 6'25전쟁 후 한국사회의 빈곤과 부조리를 고발적으로 그린 '오발탄'(유현목 감독'1961년), 한국전쟁 당시 해병부대의 이야기를 담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만희 감독'1963년), 월남한 애인을 찾아 전쟁 중 귀순한 북한군 장교의 가슴 아픈 사연을 묘사한 '남과 북'(김기덕 감독'1965년)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1970, 80년대에는 분단 영화가 예전만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외화 수입쿼터제'가 실시되면서 외화 수입 권리를 노리고 체제의 우월성만 강조한 영화가 쏟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의 애국심'반공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 수령을 돼지로 그린 '똘이장군'(김청기 감독'1978년)은 시리즈로 제작됐다.
◆1990년대부터 새로운 접근
한국영화에서 남북 관계를 자유롭게 묘사한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냉전이 끝난 1990년대다. 한국전쟁 중 진퇴양난에 빠진 남부군의 시련과 최후를 그린 '남부군'(정지영 감독'1990년), 해방을 전후한 시기의 좌'우익 대립을 짚은 '태백산맥'(임권택 감독'1994년) 등이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분단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쉬리'(강제규 감독'1999년)다. 국내에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와 대적하는 한국 정보기관 요원의 활약을 다룬 한국형 블록버스터였다. 북한 사람이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 것도 큰 화제였다. 같은 해에 제작된 '간첩 리철진'(장진 감독)은 간첩을 코믹하게 묘사,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2000년) 역시 화제작이었다. 남북한 군인들이 밤이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몰래 우정을 쌓는다는 설정으로 인기를 얻었다. 북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던 당시로서는 파격적 발상이었다.
남북한 사람들이 우연히 한곳에 모여 겪는 에피소드는 이후 '웰컴 투 동막골'(박광현 감독'2005년), '만남의 광장'(김종진 감독'2007년) 등으로 이어진다.
탈북민도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정부의 외면으로 가족을 잃은 탈북자가 테러로 복수하려 한다는 줄거리의 '태풍'(곽경택 감독'2005년), 애인을 북한에 남겨두고 귀순한 청년의 사랑 이야기인 '국경의 남쪽'(안판석 감독'2006년), 참담한 북한 실상을 전한 '크로싱'(김태균 감독'2008년) 등이 잇따라 개봉했다.
◆올 하반기에는?
2010년 이후에는 간첩 소재 영화가 한동안 붐을 이뤘다. '의형제'(장훈 감독'2010년), '간첩'(우민호 감독'2012년),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2013년), '동창생'(박홍수 감독'2013년) 등이다. 간첩을 적대적이고 무자비한 모습이 아닌 소시민적이고 인간적 모습으로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분단 현실을 너무 가볍게 다룬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창이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들도 시대 흐름에 따라, 남북 관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묘사돼 왔다. 최근에 상영됐거나 개봉 예정인 영화에서는 보수적 색채가 다소 짙어졌다. '국제시장'(윤제균 감독'2014년), '연평해전'(김학순 감독'2015년) 등이 그렇다. 이는 중장년층이 주요 영화 관객층으로 떠오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올 하반기에는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알려진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 남북 수사기관의 공조 수사를 다룬 '공조'(김성훈 감독) 등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또 탈북자 출신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가 주인공인 '국가대표2'(김종현 감독)도 대기 중이다. 이들 영화 가운데 어떤 영화가 웃고 울게 될지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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