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신공항 갈등 조장 말라

입력 2016-06-16 20:40:26

'첩첩산중(밀양)에 공항이 웬 말인가!', '탁 트인 바다(부산 가덕도) 두고 꽉 막힌 산속(밀양)으로 가자고!', '밀양 산골 NO, 가덕도 해안 OK!'…. 2011년 2월 신공항 취재차 찾은 부산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당시 신공항 후보지로 가덕도를 내세운 부산은 영남권 4개 시'도(대구'경북'경남'울산)가 지지하는 밀양에 대해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했다. 서부산 톨게이트~부산 시내 전역의 간선도로 곳곳에 '밀양'을 공격하는 광고물을 도배했다. 4천여 개의 플래카드에 가로등 배너 700여 개, 대형 광고탑 10개까지 등장했다.

때맞춰 수도권 언론과 정치권은 '신공항 백지화' 여론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부산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촉발된 영남권 '지역 갈등'이 빌미가 된 것이다. 당시 신공항 반대론자들은 이 같은 지역 갈등을 영남권 분열로 정권을 넘겨준 1997년 대통령 선거와 연결짓고, 2012년 대선을 맞아 영남권이 두 동강 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정두언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역감정 때문에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신공항 문제로) 또 다른 지역감정 대결이 생기면 나중에 치유가 불가능하다. (신공항) 건설을 유보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뒤이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신공항 문제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핵심 요소가 돼 국론 분열은 물론 승자 없이 패자만 만드는 일을 두고 볼 수 없다. 신공항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결국 그해 4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은 미리 짜맞춘 각본처럼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5년.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이 또 '갈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1년 신공항 백지화 당시와 똑같이 발단은 부산이다. 부산시와 부산 지역 정치권은 14일 영남권 단체장들의 합의를 깨고 정부를 압박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시민단체와 여야 정치인 등을 포함한 2만여 명이 궐기대회를 열고 '가덕 신공항 부산 쟁취'를 외쳤다. '밀양에 공항이 가면 나라가 망한다'는 네거티브 공세도 재점화했다.

기다렸다는 듯 수도권 언론들은 일제히 '갈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갈등', '새누리당 텃밭 표심 양분', '국론 분열 부채질 신공항' 등 5년 전 신공항 백지화 당시의 판박이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즈음에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지금의 신공항 국면은 5년 전 지역 갈등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영남권 4개 시'도와 부산은 지자체 간 갈등과 반목이 신공항 건설의 최대 난관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6월 신공항 수요 조사 합의를 시작으로 두 번 다시 지자체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는데 가장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지자체장이 '(신공항 건설에 대해) 유치 경쟁 등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공동성명서다.

이 같은 지자체 간 합의를 파기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부산이다. 부산시와 부산 지역 정치권은 용역 결과 발표가 다가오자 5개 시'도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신공항 유치를 위한 각종 성명서 발표와 유치 기원 행사 등을 막무가내로 전개하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영남권 4개 시'도 단체장들이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유치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언론과 정치권이 또다시 국론 분열 운운하는 건 가당치 않다. 이번 사태의 참모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산의 페어플레이 정신 위반이다. 정부가 이 같은 부산의 몽니에 흔들려선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은 앞서 약속한 대로 한 점 의혹 없이 가장 과학적이고 공정한 평가로 신공항 입지 대상지를 발표하고 선정 방식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제 길고 길었던 신공항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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