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어린이 사진전 60돌 회고전] <37회> 금상 이세훈 작 '만족' (1993년)

입력 2016-06-15 20:04:15

엄마의 어깨에 피어난 쌍둥이의 웃음꽃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37회 금상 이세훈 작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37회 금상 이세훈 작 '만족' (1993년)

쌍둥이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은 절로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아이들도 아버지의 팔에 안겨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런데 아이의 웃음 짓는 모습보다 왠지 아버지의 등이 더 눈에 띄는 것은 왜일까? 내가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일까? 동병상련의 인지상정이 먼저 작용해서일까?

필자가 즐겨 읽던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청호 시인의 이란 시이다.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의 등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두 아이를 안은 아버지의 등에서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보인다.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두 팔로 불끈 안아 쥔 아버지의 모습에서 두 아이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거운 무게감이 읽혀진다. 내가 첫아이를 얻었을 때 느끼던 책임감의 무게들. 아이가 생겼다는 즐거움보다 결연한 심정으로 변한 결의는 비단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을 듯하다. 모든 아버지들은 이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가르쳐야 한다는 중압감과 책임감이 교차했을 법하다. 또한 양적인 문제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양육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덤으로 따라다녔다. 막상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별거 아닌 듯이 보이지만 초보 아빠의 비장함은 지금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난 어느 날, 아버지들은 늙어 있고 경제성이나 아버지로서의 효용성이 현저히 추락해 있다. 불꽃이 사그라져가는 연탄처럼 머리엔 하얀 잿더미가 쌓이고 아버지는 더 이상 어릴 때 힘 좋게 키우던 아이들의 아버지가 아니다. 용돈을 줘야 하는 아버지, 할 일 없이 시간만 퍼 나르는 시간의 지게꾼처럼 보이는 아버지. 그 듬직한 아버지의 등, 기억해야 할 만한 아버지의 등이 자꾸만 굽어져 가고 있다. 그런 깨달음을 얻었을 땐 이미 아버지는 나의 곁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버지 때문에 웃고 만족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한층 더 당당해질 것이다. 이젠 쌍둥이의 저 웃음에 찬 만족만큼이나 아버지들을 대신 만족시켜줄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1993년 小史

▷김영삼정부 출범=1993년 2월 25일 김영삼 대통령이 제1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김영삼정부는 군부 출신의 대통령이 아닌 민간인 정부라는 의미로 문민정부라고 불렸다.

▷금융실명제 실시=1993년 우리나라의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거래 당사자 본인의 이름으로 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하 금융경제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였다.

▷쌀 개방-UR 타결=UR농산물협정은 1993년 12월 타결되어 각국의 비준을 거쳐 1995년 1월 1일부터 정식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1995~2000년까지 6년간 약속한 의무를 이행했고, 개발도상국은 1995~2004년까지 10년간 약속한 의무를 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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