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현금 모두 '꿀꺽'…'화' 부르는 ATM 오작동

입력 2016-06-15 20:07:31

은행·경비업체 책임 떠넘기기

지난달 10일 오후 직장인 김성수(가명'50) 씨는 영천의 한 주유소에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카드를 넣고 계좌이체를 시도했지만 기기는 먹통이 되고 카드는 반환되지 않았다. 급하게 송금해야 하는 김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비상인터폰도 무용지물이었다. 은행과 카드회사, 경비업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수차례의 통화 후 간신히 휴대폰으로 경비업체와 통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나기가 퍼붓는 상황에서 부스 안에 갇힌 채 30분을 넘게 기다린 뒤에야 직원이 도착했고, 그제야 카드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달 초 대구 북구 산격동 대도시장에 있는 한 시중은행 ATM에선 아예 돈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입금을 위해 ATM을 이용했던 우정수(가명'60) 씨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ATM에 넣었지만 영수증에 찍힌 돈은 100만원이 사라진 금액이었다. 당황한 우 씨는 해당 은행에 항의했지만 은행 측은 "200만원이 넘는 돈을 입금했다는 정확한 증거가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ATM의 오작동 때문에 불편을 겪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은행의 무성의한 태도와 경비업체의 늑장 대응에 한 번 더 분통을 터트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ATM 오작동과 관련해 은행의 늑장 대응 등으로 올 들어 금감원 대구지원에 정식으로 항의한 건수만 5건. 주부 김희정(가명'40) 씨는 "ATM이 오작동할 때마다 일시장애라고 하는데, 그 시간에 정말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은 속이 타들어 간다"며 "업무시간이 끝났다지만 은행 직원이 옆에 있는데 경비업체 직원을 기다리라는 것은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갈수록 줄어드는 ATM 부스도 고객 불편을 증가시키고 있다. 은행들이 저금리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앞다퉈 ATM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줄어든 ATM만 1천469개에 이르고,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174개나 줄였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성 악화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차츰 ATM을 줄이고 있는 추세"라며 "결국 남아있는 ATM의 사용건수는 늘고 기기는 갈수록 낡다 보니 고장이 자주 생기고, 이에 따른 고객불편도 빈번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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