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그것도 취직이 잘 되는 학과에 합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 부모의 영향력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근 "문송합니다"라는 유머를 들었다. 이 말은 "(대학 학과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이다. 보통 문과 계열은 이과 계열보다 취업률이 낮다. 취업 문턱이 높아진 현대사회에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대학이라는 시스템이 단지 취업을 위한 수단이 되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담지 못하는 자괴감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순수예술은 인문계보다 더욱 심각하다. "예송합니다"라는 말을 절을 하며 몇 번이나 더 해야 할 듯하다. 필자의 부모님도 미술을 전공해서 돈 많이 못 벌고 고생만 한다는 말씀을 아직까지도 가끔씩 하신다. 그리고 필자도 자녀가 미술을 전공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고생스럽고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권유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사회의 문화를 이끌어 간다는 자존감 하나로 살며 그 대가로 예술을 계속 할 수만 있도록 해달라는 바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들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취업이란 예술을 그만두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순수예술 전공 학생들이 그나마 취업할 수 있는 곳은 학교, 학원, 대학 등 주로 인재 양성을 하는 곳들이기 때문에, 최근 대학의 예술 관련 학과 통폐합은 전반적인 위기를 부르는 수순이다.
정부의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정책, 특히 취업률을 반영한 대학 교육체제 개혁이라는 잣대를 순수예술에도 똑같이 들이대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물론 지금의 위기 상황은 예술계의 탓도 있다. 학생들이 순수예술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보여주었으며, 대학 졸업만 시키면 내버려지듯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청년예술가들이 현실과 타협하며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눈감아 버리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문과나 예체능 계열 학생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해당 인원을 줄여야 진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 구성의 불균형과 학문의 양극화를 만들고, 경제적 논리로 문화를 퇴보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초학문의 중요성과 예술문화가 가져다주는 정신적 풍요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얼마나 큰 부분인지를 각종 사건사고를 보며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현실적인 부분만 강조한다. 100m 달리기와 마라톤이 다르듯이, 당장 눈앞의 결과와 수치를 보지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달려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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