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지 못하나 삶의 지수 높은 라티노
TV 드라마'K-POP 열풍 꾸준히 퍼져
한국, 치안·행정·농사법 노하우도 전수
양측 '정과 흥' 공유 행복지수 높여야
중남미는 대부분이 라틴어에서 파생한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정복하고, 그 후손들이 세운 나라로 이루어졌기에 라틴아메리카로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중남미인들은 스스로를 라티노라 하며, 라틴 음악, 라틴 댄스란 말도 여기서 유래하였다. 같은 지역, 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중남미'는 왠지 거리감과 부정적 이미지가 있고, '라틴'하면 무언가 밝고 가까운 느낌을 준다. '중남미'는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지만 '라틴'은 여러 가지가 혼합된 문화적 개념이기 때문이리라.
중남미 인구 거의가 오랜 세월 이슬람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유럽에서 동양적 요소가 가장 많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계 이민자의 후손이고, 이들과 혼혈을 이룬 원주민은 아주 먼 옛날 아시아에서 건너온 몽골계의 혈통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라티노는 때때로 친구 같기도 하다. 게다가 열대작물 농사를 위해 중남미로 데려온 아프리카인 특유의 격정적인 타악기 리듬과 유연한 몸놀림까지 가세하여 생겨난 라틴문화는 농악과 풍물놀이로 대표되는 흥겨운 한국 전통문화와 어우러져 정 많은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태권도 외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문화 상품과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인기를 이어온 TV 드라마와 K-POP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과거와는 비할 바 없이 그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너무 멀어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중남미에서의 한류 열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대척점에 있는 아마존 유역 오지 마을에서 '천국의 계단'에 반한 식당 아주머니로부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맛난 반찬을 공짜로 서비스받은 것이 한류의 영향을 체감한 첫 경험이다. 스스로를 중남미보다는 유럽인으로 불리기를 원하며 문화적으로도 우월감에 젖어 일본,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없다던 아르헨티나에 20년 만에 다시 가니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꼈다.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한국의 모범적 경제 성장과 더불어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 한 편의 영향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방송 1위국이라는 이웃 페루에는 한류 동호회가 124개에 달하고, K-POP 팬만 4만 명이 넘고 각급 학교에서는 한국어 강좌가 인기다. 브라질, 칠레 같은 남미의 선도국 같은 데서도 K-POP 경연대회나 한국 유학 박람회라도 열리면 신청자가 구름같이 몰린다. 태권도 인구만 200만 명이 넘는 멕시코의 경우, 10여 년 전 정상회담을 하러 간 노무현 대통령 부부 앞에 데모대가 나타나서 경호원들이 긴장했는데 알고 보니 '장동건'과 '안재욱'을 멕시코에 보내달라는 팬들의 시위였단다. 쿠바 시민인 체 게바라의 딸이 의사가 되어 초청 강연차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온 적이 있다. 자녀에게 줄 선물로 뭘 가져갈 거냐니까 소주와 컵라면을 꼽았다. 드라마의 영향력을 실감하였다.
중미의 엘살바도르는 국토 면적이 경상북도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이지만 중앙도서관에 한국 자료실이 설치되었다. 이제는 드라마, 팝, 한국어만이 한류 상품이 아니다. 카리브해 도미니카공화국의 수입품 중 음료, 라면, 채소 종자가 1~3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한국의 수출품은 뭐든 인기를 끌 수 있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같은 전통적인 농업국에까지 우리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을 보내 농사법을 전수하고 있으며, 마약 조직 때문에 안전 확립이 중요한 중미에는 우리의 선진 치안 및 수사 기법과 교정 행정을 지원하고 있다. 통관 시스템을 비롯해 교통이 불편한 중남미 여러 나라에는 최첨단 전자정부 구현을 돕고 있다. 교량, 댐, 발전소, 송유관 같은 전통적인 토목 플랜트에서부터 도시철도, 신도시 건설, 학교 건축 등 대규모 건설업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저력을 펼칠 곳이 많다.
부유하지는 못하나 긍정적 삶의 지수가 높은 라티노와 잘살게 되었지만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현실을 서로 상쇄하며, 양측의 전통적인 '정과 흥'을 공유하면 '잘살면서도 행복지수가 높은' 모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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