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아버지 목에서 목말을 타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기분이 좋고 흐뭇한 일인지. "얼떨결에 아버지의 목말을 타고 집으로 가던 길, 그 길은 마치 천국과도 같은 기분 좋은 일렁거림이었다. 하지만 나는 행여 아버지가 내 몸무게 때문에 잘못하여 허방 짚지나 않을까 숨을 자주 멈추어 몸의 무게를 줄이려 무던히도 애썼다. 그런데 아버지는 내 염려와는 달리 자세 한 번 삐끗하지 않은 채 곧게 곧게 걸어서 집까지 내려왔다. 여전히 군용 잠바 윗주머니에 내 발을 꼬옥 숨기고선…."-손종일 장편소설 '어머니와 나비' 중에서-
소설 속의 내용과 달리 필자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목말을 타본 기억이 없다. 아마 너무나 어릴 때여서 그럴 거다. 이처럼 어릴 때만 타던 목말이라 그런지, 대개 누구나 할 것 없이 기억이 분명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큰놈에게 목말을 태워 준 기억 하나는 생생하다. 집 근처 시장통을 한 여름이면 큰놈을 발가벗긴 채로 목말을 태우고 다녔다. 시장통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했다. "아따 고놈, 장군감이네" "시원하겠다" 등등. 하지만 나의 큰놈 역시 자신이 나의 목말을 타고 다녔는지 어쩐지 모른다. 그걸 기억해내면 천재 소리 들을 텐데 말이다.
목말을 탄 아이나 목말을 태우고 다니는 아비나 모두 행복하고 기쁜 일이다.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아 아비로서는 딱 좋은 무게감으로 아이를 즐겁게 해주고 아이는 아이대로 아비의 걸음걸이에 따라 출렁이는 느낌을 즐겨서다. 목말 하나로 모두가 행복한 순간들이다.
아비나 아이나 할 것 없이 행복하기만 한 목말 타기가 때로 슬픈 모습으로 오버랩 된다. 국경 철조망을 앞에 두고 난민 신세가 된 아비의 목말을 탄 아이의 우울한 표정이 떠오른다. 그 아이는 과연 즐거운 목말을 하고 있었을까? 그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에 있는 9'11 추모공원에서 8세 소녀 닐리가 장미꽃을 들고 아버지의 목말을 탄 채로 프랑스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도 겹쳐진다.
아버지의 목말에서 우린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보게 된다. 목말만큼은 누구나 즐겁고 기쁜 목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아버지의 목말 타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이길 고대해 본다.
◇1990년 小史
▷한국-소련 수교=1990년 9월 30일, 한국의 최호중 외무장관과 소련의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 유엔에서 양국 수교합의 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양국 간 수교가 이루어졌다. 1904년 러일전쟁의 결과로 양국이 단교한 이래 86년 만의 일이었다.
▷민정-민주-공화 3당 통합=1990년 1월 22일,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이 제2야당 통일민주당, 제3야당 신민주 공화당과 합당해 통합 민주자유당을 출범시켰다. 3당 합당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3당 야합이라고도 한다.
▷주가 대폭락=1990년 증시는 1년 내내 폭락이 이어져 투자자와 증권사 모두 시련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손실이 갈수록 커지자 투자자들의 항의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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