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정장애물에 집착하나
부산이 '고정장애물' 평가항목에 목을 매고 있다. 이 항목을 반영하지 않으면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에 대해 불복할 수 있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부산이 고정장애물에 집착하는 이유는 더는 내세울 만한 가덕도 우위 논리가 없어 고정장애물을 통해 밀양 후보지의 총사업비를 높여 가덕도 후보지를 상대적으로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업비 축소가 핵심
부산의 핵심 유치 전략은 활주로를 2본에서 1본으로 축소해 '사업비'를 줄이는 데 있다. 활주로 1본이 제2관문공항이라는 기능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적으로 싼 사업비를 장점으로 내세우려 한 것이다. 이는 밀양의 약점이 산봉우리 등 고정장애물이고, 이에 절토 등 사업비가 많이 들 것이란 예상에 따른 전략이다.
부산이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2011년 국토교통부의 신공항 입지 평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평가에서 가장 큰 가중치를 차지한 항목이 바로 '총사업비'(15.8%)다. 총사업비 중에서도 '부지조성비'가 두 후보지의 변별력을 가른 항목이었다.
당시 총사업비는 가덕도가 9조8천억원, 밀양이 10조2천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80%가 공사비였고, 부지조성비가 가덕도 4조7천억원, 밀양 5조4천억원이었다. 결국 부산은 신공항 입지 선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부지조성비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고정장애물'에 허를 찔린 부산
그런데 부산은 믿고 있던 '고정장애물'에 발등이 찍혀버렸다. 바로 항공기가 실제 운항하는 상황에 맞춘 '항공학적 검토' 개념 때문에 우위라고 판단한 총사업비가 오히려 약점이 돼 버린 것이다.
이번 입지 경쟁에서 밀양은 항공학적 검토를 통해 고정장애물을 줄임으로써 산을 절토하는 비용이 대부분인 부지조성비를 크게 아꼈다. 이를 통해 총사업비를 2011년 부지조성비(5조4천억원)보다도 1조원 가까이 적은 4조6천억원까지 내렸다.
하지만 부산은 활주로를 줄여 해상매립을 축소했음에도 총사업비가 6조원이나 된다. 이는 매립을 줄이더라도 방조제 건설과 연약지반처리 등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기 때문에 아낄 수 있는 비용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2011년 평가를 보더라도 가덕도는 부지조성비(4조7천억원) 중 절반이 넘는 2조8천억원이 방조제 건설과 연약지반처리에 들어갔고, 매립을 포함한 나머지 토공비용도 1조9천억원이나 됐다. 즉 가덕도는 활주로를 축소해 토공비용을 줄이더라도 방조제 건설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막을 수는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반면 밀양은 2011년 당시 부지조성비(5조4천억원) 중 대부분이 토공비용(5조2천억원)이었다. 이 때문에 절토해야 하는 산봉우리가 줄면서 부지조성비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대구와 경북, 울산, 경남 등 4대 시도 관계자는 "불변하는 밀양의 약점으로 여겨온 고정장애물이 오히려 부산의 유치 전략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 됐다"며 "문제가 예상되는 산봉우리는 절토 대상으로 이미 사업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고정장애물에 따른 사업비가 더 늘어나지도 않는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