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칼럼] 서문 야시장, 장사와 문화 사이

입력 2016-06-12 20:56:29

대구, 오래 깨어 있을수록 기회 많아

서문 야시장, 콘텐츠 보강할 필요성

장사 넘어 문화로 뿌리내려야 대박

최근 개장한 서문 야시장은 연일 대박 행진이다. 대구 큰장의 밤을 불사조처럼 살려낸 서문 야시장은 3일 개장 이후 몰려드는 인파로 즐거운 비명이다. 서문 야시장은 접근성'규모'화제성 등 세 가지 면에서 모두 성공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의 최대 수혜지인 서문시장역에서 내리면 바로 서문 야시장이다. 접근성 최고이다. 밤에 가족끼리 편안하게 갈 데가 별로 없었던 대구 시민들은 소박한 밤마실거리가 생겼다. 밤을 가로지르는 하늘열차를 타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야밤 나들이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밝다. 서문시장 역사에는 봉사자들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규모는 전국 야시장 가운데 최고이다. 시장입구에서 큰장 삼거리까지 350m에 이동식 입식 매대 80개(식품 65개, 상품 15개)가 들어섰다.

화제도 만발이다. 대부분 매대마다 구매자가 줄을 섰고, 주차 빌딩 입구 간이무대에서는 거리공연이 잇따른다.

주차 빌딩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외벽 영상)는 임란 때 조선에 파견된 명나라 장군으로 대구에 귀화한 두사충과 이순신의 신뢰와 우정 그리고 두사충을 기리는 모명재를 담은 영상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 이동식 매대 운영자가 아니어도 기존 상인들도 덩달아 야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사기 좋도록 일회용 컵에 담은 과일과 음료 등을 팔며 매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서문 야시장이 영속성을 갖고, 한때 전국 3대 시장 가운데 하나였던 대구 큰장의 영예를 되찾는 디딤돌이 되려면 아직까지 부족한 세 가지 즉 콘텐츠 강화, 편의성 보강과 철저한 위생, 그리고 기존 상인과의 갈등 소지 사전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서문 야시장의 콘텐츠 강화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야시장에 과감하게 도입한 미디어파사드의 주목도를 높여서 볼거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차 빌딩 외벽에 미디어파사드를 도입한다는 발상은 신선했다. 그러나 콘텐츠를 다양화시켜야 한다. 두사충 콘텐츠가 대구 서문시장 미디어파사드의 첫 주제가 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그것도 좋다.

하지만, 조선시대 때부터 있어온 수백 년 역사의 대구 서문시장은 대구 정신의 상징처이기도 하다. 서문시장에서 3'1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졌고, 대구 시민들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녔다. 여러 번 큰 화재로 아픈 추억을 갖고 있기도 하고, 대구 시민과 고락을 함께한 진정한 대구 정신의 응축지이다. 단순히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 대구 정신을 담은 콘텐츠의 보강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또 서문 야시장이 먹거리 외에 입소문을 탈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투입해야 한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 가면 뉴욕의 상징물과 유료로 인증샷을 찍는 곳이 여러 군데 있으며,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을 운영하여 돈까지 벌고 있다. 타임스스퀘어 계단에서 광고판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괜히 어깨가 올라간다. 서문 야시장은 미디어폴이나 광고탑을 세울 필요가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다음은 편의성 보강과 위생성 강화이다. 서문시장역에 내리는 사람이 맨 먼저 보는 것은 야시장이 아니라 쓰레기더미이다. 마지막은 서문시장을 지켜온 기존 상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미 기존 상인들은 야시장 개장을 위해 주차장에서 빨리 차를 빼내라는 바람에 마무리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참고 있는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서문 야시장은 장사를 넘어 문화로 거듭나야 한다. 시장은 영웅도 우상도 정치 구호도 가면도 없는 삶의 터전이다. 서문 야시장이 다른 전통시장과는 달리 밤이면 더 빛나는 대구 정신을 담아내는 문화로 무장한다면 관광명소로 더 확실히 자리 잡는 것은 물론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왜? 문화는 죽음보다 더 강하고 오래 남으니까.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