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미외교 수행한 '서기관' 이상재
귀국 후 고종의 벼슬 제의 끝까지 사양
朴대통령 주변 '월남' 같은 신하 몇 될까
안보는 美·中 눈치 보지 말고 떳떳하게
미국 해군 제독 슈펠트의 노력으로 한국과 미국이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것은 1882년 일이었고 그 이듬해 미국 의회가 이를 인준하였으니 미국은 평등조약으로 한국을 국제사회로 받아들인 최초의 문명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초대 주미공사로 임명된 이는 박정양이었고 그를 수행하여 1888년 미국 워싱턴으로 갔던 일행 중에는 월남 이상재가 있었다. 그의 직함은 아마도 서기관이었을 것이다. 도포를 입고 워싱턴을 활보하는 일행을 보고 아이들은 돌을 던졌다고 한다. 아이들의 눈에는 매우 이상하게 보이는 옷차림이었을 테니까. 호위하던 경찰은 외교적 관행을 따라 그 아이들을 다 잡아서 경찰서로 호송하였다.
그때 서기관 이상재는 미국 수도 워싱턴 경찰서장의 면담을 요청하였다. 그는 서장을 향해 "어느 나라에서도 아이들은 이상한 걸 보면 돌을 던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습니다. 서장께서는 이 아이들을 즉시 석방하십시오." 서기관 이상재의 이 '탄원'은 미국 당국과 언론을 크게 감동시켜 그날 워싱턴 D.C의 석간에는 'Gentlemen from Korea'라는 제목으로 한국 외교사절의 관용을 미덕으로 크게 다루었다고 전해진다.
1888년(고종 25년)의 대미 외교는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이뤄졌고 고종은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슈펠트가 제안한 한미 통상조약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청나라 이홍장은 한미 간의 외교가 원만하게 이루어진 사실에 큰 불만을 품고 트집을 잡기 시작하였다. 고종은 하는 수 없이 아무런 죄도 없는 공사 박정양을 옥에 가두고 이홍장에게 사과의 뜻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억울한 세월이었다. 국내외 정세가 이토록 절박한 그 어느 날 고종은 이상재를 궁으로 불러 그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었다.
"이번에 외교 사절로 미국에 가서 수고가 많았어." 이렇게 말문을 연 고종이 "그래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자세는 어떻던가"라는 질문에 월남의 답은 간단명료하였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희가 잘하면 미국은 우리를 믿을 것이고 저희가 잘못하면 미국은 우리를 믿지 않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고종은 그 이상 월남에게 캐물을 수가 없었다. 박정양의 외교적 성공에 감심한 고종은 월남에게 "이번 기회에 벼슬을 한자리 하지"라고 제의하였다. 그 말을 듣고 월남은 이마를 땅에 조아리며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제가 모시고 갔던 어른은 죄를 입어 옥중에 있사온데 모시고 갔던 자가 벼슬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벼슬 한자리 준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세태 속에서도 경우를 따지며 벼슬을 사양하는 신하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고종은 더욱 감심하여 곧이어 이런 제안을 하셨다고 전해진다. "아들이 있지 않나?" 월남이 대답했다. "예 있사옵니다." "그러면 그 아들을 과거를 보게 해 벼슬을 한자리 하게 하지!" 고종의 의견이었다. 월남이 또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말씀드렸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제 아들놈은 배운 것이 없어 시골서 농사나 짓는데 과거니 벼슬이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아뢰옵니다." 끝까지 사양하고 어전에서 물러나는 월남 이상재를 보내면서 고종은 입속말처럼 "저런 신하만 있으면 나라가 될 터인데"라고 하셨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는 월남 이상재 같은 '신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일전에 국방부 차관을 지낸 한 군사전문가가 강연을 하면서 "현 한국의 안보상황은 60년 전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다"라고 잘라 말하였다. 한국은 북한 김정은의 불장난으로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주장대로 떳떳하게 나가면 된다. 특히 안보가 그렇다.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우리들의 결심이 있어야 한다. 그 신념에 지도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라. 미국과 흥정하려 하지 말라. 자유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높이 들고 우리가 죽을 각오를 먼저 해야 한다. 안중근처럼, 이봉창처럼, 윤봉길처럼, "죽기를 결심하면 반드시 산다"고 이순신이 일러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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