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수조원대 추가 건설비용' 7가지 근거

입력 2016-06-08 20:37:44

KTX도 없는 땅끝 섬…활주로만큼 더 드는 철도비용

'가덕도의 감춰진 비용은 수조원대(?)"

부산이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고집하고 있는 가덕도에 공항을 조성하면 추정 사업비 5조9천억원에 두 배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항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한 SOC 건설과 연약 지반 보강 공사비 수조원이 필요할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다 위에 건설되는 가덕도 공항은 내륙인 밀양에 비해 예측할 수 없는 공사비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활주로 공사 비용보다 추가 비용이 더 투입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접근성 위해서는 3조원 추가 필요

현재 활주로 1본에 3.3㎢(약 100만 평) 면적의 가덕도 사업비는 5조9천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가덕도가 밀양 수준으로 접근성을 높이려면 약 3조4천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남동쪽 끝의 섬인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도로'철도 등 추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불가피한 것이다.

대구와 경북, 울산, 경남 등 4개 시도의 분석 결과, 2030년 기준 밀양의 영남권 1시간 이내 접근 가능 항공수요는 1천900만 명인 데 비해, 가덕도는 1천300만 명에 머문다. 결국 가덕도가 밀양 수준으로 접근성을 높이려면 삼랑진과 가덕도를 잇는 38㎞의 도시철도(1조7천억원)를 비롯해 부산 도심과 연결할 도시철도 19㎞(8천억원), 사상구와 가덕도 사이의 도시철도 26㎞(8천억원) 등을 건설해야 한다. 또 가덕도공항과 김해공항을 잇는 별도의 교통시설도 필요하다. 부산의 주장대로 활주로 1본뿐인 가덕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김해공항을 존치시킨다면 이로 인해 두 공항을 연결할 도로나 철도 등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연약지반 보강에만 1조원 이상 필요

바다를 메워야 하는 가덕도 후보지는 매립토양 확보와 수심(16~17m) 아래 연약지반(20~49m)을 다지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현재 부산이 예측한 사업비보다 약 1조~1조5천억원의 추가 건설비가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토목 전문가들은 가덕도 앞바다처럼 수심과 연약지반이 깊은 곳은 난공사가 예상되기 때문에 애초보다 부지조성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덕도 연약지반은 물과 공기가 빠지지 않는 '갯벌'로 구성돼 있어 비용이 더 드는 다른 공법(Sand Drain, Sand Compaction Pile 등)으로 바꾸거나 여러 공법을 혼합하는 방법으로 연약지반을 보강해야 한다. 이로 인해 사업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지조성비가 더 불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교훈'을 지적했다.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은 1990년대 초'중반 가덕도에서 불과 10여 ㎞ 떨어진 낙동강 하구(강서구 신호동)에 조성됐다. 바닷가 갯벌을 메워 만든 탓에 수조원을 투입해 철심 1만7천여 개를 촘촘하게 박아 무른 지반을 다졌다. 한 토목 전문가는 "연약지반 다지는 데 투자한 비용이 결국 삼성자동차의 경영 위기를 몰고 온 원인 중 하나"라며 "가덕도는 수심이 깊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기둥을 박는 공사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바다 위 간사이공항 침하 보수비 해마다 2천억 투자

바다를 메울 매립재 확보에도 추가 비용을 피할 수 없다. 부산은 가덕도 국수봉(해발 269m)을 깎아 바로 옆 바다를 메운다는 복안이지만 국수봉 토양이 바다 메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국수봉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매립재 1억800만㎥ 중 300만㎥만 토사이고, 나머지는 암석이어서 이를 부수는 가공작업을 거쳐야 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외부에서 별도로 매립재를 사들일 경우 먼 거리를 차량으로 운송하는 비용 등으로 인해 애초보다 사업비가 더 늘어난다.

완공 이후에도 침하에 따른 유지보수비가 들어간다. 19조원을 들여 바다를 메워 건설한 일본 오사카만의 간사이공항의 경우 1994년 개항 이후 20년 동안 침하로 인한 유지보수비가 연간 2천억원 이상 들어갔다. 연약지반인 탓에 침하가 12m 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간사이공항은 가덕도와 비교해 평균 연약지반(18m)이 덜 깊은데도 지반침하 때문에 상당한 유지보수비를 들였다.

◆어업 및 소음피해 보상도 수백억원

청정해역인 가덕도 앞바다에서 수년 동안 매립공사를 하게 되면 양식과 어업에 차질을 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조성 때 기준을 적용하면 약 1천900억원의 어업보상금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또 부산은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소음피해가 없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덕도의 200여 가구뿐만 아니라 김해공항 존치로 700여 가구가 소음피해 지역으로 그대로 남게 된다. 이럴 경우 900여 가구의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만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공항 주변 소음저감대책 및 주민지원사업에 별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실제 한국공항공사가 올해 김해공항 소음피해 관련 사업으로 책정한 예산이 47억7천만원이나 된다. 이는 국고보조금 없이 공항공사 예산만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한국공항공사가 1994~2015년 사이 김해공항 주변 방음시설 설치와 주민지원사업 등으로 들인 비용은 모두 286억원이다.

◆확장에 드는 미래 비용은 수천억원 이상

가덕도는 공항 배후시설 조성을 위한 '확장성' 확보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후보지 주위에 넓은 평야가 있는 밀양에 비해 가덕도는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하면 주변 대부분이 바다다. 활주로 확충이나 배후도시 건설을 위해선 추가적인 매립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결국 수천억원을 들여 다시 바다를 메워야 하는 비용이 드는 셈이다. 실제 후보지별로 5㎞ 이내 개발 가능한 부지 현황을 보면 밀양은 89㎢(2천700만 평)나 되고, 가덕도는 2㎢(60만 평)에 불과하다. 즉 산과 바다를 제외하면 5㎞ 이내 활용 가능한 땅이 밀양은 56%에 이르지만 가덕도는 1.4%뿐이다.

4개 시도 관계자는 "밀양은 농토를 수용해 다지면 배후시설'도시로 활용할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가덕도는 수심과 연약지반이 더 깊은 곳으로 나가 해상매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립재 확보와 지반 보강, 어업 보상 등 상당한 추가 비용을 전제로 한 확장성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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