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 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경제학자 아서 래퍼의 이름을 딴 '래퍼 곡선'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조세 수입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적정 세율은 0%와 100% 사이 어딘가에 있으며 그 적정 세율까지는 세수가 늘어나지만 이를 넘어서면 세수는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이다. 세율이 너무 높으면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봤자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테니 사람들은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세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로부터 래퍼는 세율이 낮아지면 세입이 늘어날 것이란 결론을 도출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이다. 하지만 심각한 현실적 문제가 있다. 세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적정 세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래퍼 자신도 모른다는 점이다. 래퍼가 '래퍼 곡선'을 그리면서 구체적인 수치는 하나도 적어 넣지 않은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래퍼는 의회에서 조세 수입을 최대화하는 최적 세율의 구체적 수준에 대해 질문을 받자 "솔직히 나도 그 지점을 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실제 연구는 래퍼가 구체적인 최적 세율을 모를 수밖에 없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1982년 돈 풀러턴이란 학자가 계산한 래퍼 곡선 상의 최적 세율은 79%였다. 하지만 피터 아일랜드라는 경제학자가 1994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15%였다. 그뿐만 아니라 폴 페코니노라는 경제학자가 1995년에 계산한 결과는 60~70%였다.('무지의 사전' 카트린 파지크'알렉스 슐츠 외)
이런 사실은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세율이 조세 수입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세율이 그런 결과를 낳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 래퍼의 주장대로 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늘어나는지, 반대로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나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법인세율을 과세표준 100억~200억원 기업은 20%에서 22%로, 200억원 초과 기업은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의도한 대로 법인 세수가 늘어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세율과 세수는 비선형적 관계다. 세율이 높다고 세수가 늘어나는 것도, 세율이 낮다고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세율과 세수의 상관관계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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